김 여사 ‘명품백’ 불기소 처분 시사
“수사 기대 못 미쳤다면 제 부족 탓
공직자 배우자 관련 법 개정 필요
‘도이치사건’ 임기 내 종결 힘들 듯”
퇴임을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두 가지 문제가 차원이 다르다”면서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시사했다.
이 총장은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총장은 9일 출근길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도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표현하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 총장은 이어 “수사 절차와 과정에 국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모두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라면서도 “외부 전문가 의견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같은 불기소 의견을 제시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총장은 다만 “개인적으로는 차제에 공직자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이 공직자 직무와 관련한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으나, 처벌 조항은 없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돈을 댄 ‘전주’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는 차기 검찰총장인 심우정 후보자가 매듭지을 전망이다.
이 총장은 12일 서울고법에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 조작 일당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는 점을 들며 “항소심 판결을 세밀히 살펴 충분히 검토한 다음, 수사 전반에 반영해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처리한다면 제대로 된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임기를 이번 주 마치기에 제가 종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오는 15일 2년 임기가 끝난다.
김 여사를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 대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총장 ‘패싱’ 등 각종 논란과 관련해선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 보고, 있다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상 파악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부의심의위원회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준 피의자인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부 여부를 심의했다.
이 절차까지 끝나는 대로 검찰은 김 여사를 무혐의로 불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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