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범죄자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병력으로 동원하면서 아동 성범죄가 급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살인범과 강간범도 참전을 통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위 캔 익스플레인(We Can Explain)'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에서 아동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수가 거의 2배 증가했으며, 이중에서 흉악한 성범죄는 77% 늘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아동 대상 범죄로 이미 14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97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에서 아동 대상 범죄가 증가한 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범죄자를 전쟁에 동원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정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력 부족을 겪자 바그너 그룹 용병에 범죄자들을 투입했다.
범죄자들은 6개월을 복무하면 사면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쟁에 자원할 경우 서면으로 계약을 하는 대신 사망 시 유가족들에게 500만루블(약 1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구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 측은 당초 이를 부인했지만 2023년 1월 "범죄자들은 ‘러시아 법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서약에 동의해 사면됐다"며 인정했다.

크렘린궁의 사면을 받아 풀려난 대상에는 강간범과 살인범도 포함됐다.
11세 여학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었던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복무하는 대가로 사면됐다.
그는 여학생의 시신을 근처 지하실에 버려 쥐가 시체를 갉아먹도록 하는 끔찍한 죄를 저질렀으나, 6개월의 군 복무를 통해 남은 8년의 형기를 사면받았다.
또 다른 참전 군인인 유리 가브릴로프(33)도 11세 여학생을 강간하고 학대한 혐의를 받았지만 군 복무를 통해 사면받고 풀려났다.

살인 전과자가 전쟁 참전 후 러시아에서 또다시 살인을 저질렀지만, 다시 죄수병 모집 절차를 통해 석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살인죄로 징역 14년형을 복역하던 죄수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해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4월 러시아에서 또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 범인은 다시 징역 23년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달 형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채로 한 번 더 죄수병 모집 절차에 참여해 석방됐다고 전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지난달 비슷한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마리아나 카차로바 특별보고관은 "러시아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범죄자 17만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고 참전 후 귀국한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폭력과 성폭력, 살인 등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