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슈퍼컴퓨터용 ‘가속기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가속기 칩은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핵심기술이다.
연구진은 개발한 가속기 칩이 향후 한국을 슈퍼컴퓨터 제조국 반열에 포함시키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은 시스템 온 칩(SoC·코드명 ‘K-AB21’) 형태의 슈퍼컴퓨터용 가속기 칩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ETRI가 개발한 가속기 칩은 77㎜x67㎜ 크기에 12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가속기에는 범용 프로세서와 64비트 병렬 연산기가 통합·내장됐으며, 배정도 부동소숫점(FP64) 연산 병렬처리용으로 8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을 가진다.
3U 크기 계산노드 1대에는 액체 냉각시스템을 포함한 가속기 칩 2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현재 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4개국에서만 자체 생산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범용 가속기를 도입해 연산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범용 가속기는 인공지능용 정밀도 연산에 초점이 맞춰져 고정밀도 연산이 요구되는 전통적 슈퍼컴퓨터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인공지능 추론용 가속기인 신경망처리장치(NPU)의 경우 낮은 정밀도의 연산만 지원해 정확한 과학적 계산과 정밀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ETR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 고정밀도 슈퍼컴퓨터 응용을 가속할 목적으로 핵심기술인 슈퍼컴 가속기 칩(SoC)과 소프트웨어(SW), 계산노드를 자체 개발했다.

개발한 가속기 칩 안에는 ▲고성능 코어 ▲4000여개의 병렬 부동소수점 연산기 ▲DDR5, PCIe GEN5 등 초고속 인터페이스 등이 담겼다.
소프트워어는 컴파일러, 런타임, 디바이스 드라이버 등으로 구성됐다.

ETRI는 개발한 슈퍼컴퓨터용 가속기의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다본다.
이를 위해 ETRI는 올해 11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팅 기술 전시회에 참가해 국내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용 가속기의 기능검증을 시연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고성능 컴퓨팅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실증을 추진한다.

한우종 ETRI 슈퍼컴퓨팅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글로벌 빅테크가 독식하는 가속기 시장에서 슈퍼컴퓨터 분야만큼은 국내 기술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ETRI의 이번 성과가 그간 외국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바꿔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