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투약 혐의 항소심 2차 공판
“여행 분위기 휩쓸려 대마…대중에 기쁨 주려 노력한 점 봐달라”
 |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이 지난 7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8)씨가 부친상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여행 중 분위기에 휩쓸려 대마를 했을 뿐 원정 마약을 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유씨는 짧게 민 머리에 안경을 끼고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한 양형부당 사유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씨가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수사가 닿지 않는 해외에서 마약을 투여했다는 검사 측 주장에 변호인은 “피고인의 대마 흡연은 여행 중 분위기에 휩쓸려 호기심에 한 것일 뿐, 재력을 이용해 해외 원정을 다니며 마약을 투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가 의사들을 속여 불법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월 1~2회 정도 꾸준히 미용 시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프로포폴을 투약해왔다”며 “또 일부 의사는 피고인이 다른 병원에서 이미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유씨가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원심은 피고인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대중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수면장애를 겪게 됐다”며 “잘못된 선택을 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피고인이 치러야 할 대가는 일반인이 치러야 할 대가보다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진행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도 겪었다.
피고인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돼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속에서 평생 살아가야 한다”며 “이보다 더 큰 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이 사건으로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그동안 사회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온 사실을 감안해 달라”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유씨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병원 14곳에서 미용 시술 목적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레미마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44회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고 2022년 1월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한 뒤 범행 발설을 막기 위해 함께 있던 지인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들과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자신의 대마 흡연 사실을 경찰에 진술한 유튜버에게 진술 번복을 종용하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유씨가 총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으로 투약한 혐의, 타인 명의로 스틸녹스 등 합계 1000정이 넘는 의료용 마약을 상습으로 매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유씨가 지인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하거나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관련 규제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징역 1년 및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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