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으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어떻게 친(親) 푸틴 성향의 틱톡 스타가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극우 성향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62)의 지지율을 분석했다.
앞서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전날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2.95%로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루마니아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득표 1위와 2위 간의 결선 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데,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약진은 루마니아 선거 역사상 최대의 이변으로 꼽힐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다.
무소속인 그는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0.4%에 불과한 '기타'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이달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5.4%로 크게 상승한 수치를 보였으나 여전히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이변을 일으켰다.
그는 내달 8일 진행되는 결선 투표에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와 함께 나서게 됐다.

FT는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틱톡에서 바이럴(입소문)을 타며 여론조사에 집계되지 않은 지지율을 끌어모았다고 짚었다.
그는 소속 정당이 없어 틱톡에 자신의 영상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진행했는데, 최근 이 영상들이 화제를 모으며 조회수가 급격히 상승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스포츠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백마를 타고 달리거나 유도를 하는 영상은 조회수 22만회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가 한 대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대신 국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지원 반대를 주장한 영상은 계정 내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470만회)를 기록했다.

루마니아의 분석가이자 역사학자 이온 이오니타는 FT에 "그의 성과는 틱톡의 승리"라면서 "정당도 필요치 않으며, SNS에서 바이럴만 잘 되면 된다.
그는 확실하게 바이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루마니아의 주류 정당들이 그간 여러 스캔들과 경제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는 메시지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루마니아 선거 당국은 지난주 제오르제스쿠 후보에게 "선거 광고 표시가 없는 일부 틱톡 영상들을 삭제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의 공식 틱톡 계정에서 해당 영상들이 삭제됐으나 팬들은 여전히 이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