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거액의 연봉 등을 내세우며 글로벌 테크기업 인재 영입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국가들이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에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인재 영입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유럽, 대만 등에서 엔지니어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 가을 구인 사이트 링크드인 등을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협력사인 독일 광학업체 '자이스' 직원들에게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민감한 노하우를 알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최대 3배에 달하는 급여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안에 응한 직원은 없었으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독일 정보당국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중국 기업들은 현지에 벤처기업을 세워 중국과의 관련성을 가리려 한다"고 밝혔다.

다른 유럽 정보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중국과 연계된 인재 영입 시도와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이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링크드인 등을 보면 화웨이는 지난 2021년 이후 ASML 등 서방 기업의 노광장비 및 광학 분야에서 근무했던 직원 수십명을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실리콘밸리 인근 서니베일에서 AI 팀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접한 대만에서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지난 9월 단속을 통해 불법적으로 인재를 빼내 가려 한 중국 기술 기업 8곳을 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반도체·전자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인재 빼가기' 90건가량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재 쟁탈전은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인재 영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미스트랄의 공동 창업자 3명 가운데 한 명이 실리콘밸리 지사 근무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AI 과학자를 비롯해 엔지니어·영업직·사무직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