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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샀더니 연예인 번호가?…주민등록증 역사[뉴스설참]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4-11-30 07:30:00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에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실려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현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1980년대엔 실제로 그랬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선 1985년 발매된 가수 이선희 씨의 앨범이 화제가 됐는데, 이유는 앨범에 그의 출생연월일과 주민등록번호, 본적, 현주소가 소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은 신원 증명, 금융권 거래, 행정 절차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기 때문에 철저히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지만, 과거엔 간첩 체포를 위해 도입된 개인 식별 수단에 불과했다.



한국에 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된 것은 이른바 '김신조 사건' 때문이다.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에 성공했다가 발각됐다.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공작원 김신조는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는 한 마디로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를 계기로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을 느낀 박정희 정부는 같은 해 11월 주민등록법 개정을 통해 18세 이상 주민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 시작한다.
신분을 쉽고 빠르게 확인해 북한 공작원들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주민등록제도는 단일 신분증 도입을 통해 국민 통합에 기여하고 행정 효율성을 증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엔 시·도마다 다른 주민증을 발급해 신분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


주민등록증 1호와 2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받았다.
두 사람이 받은 주민등록번호는 각각 110101-100001과 110101-200002였다.
당시 주민등록번호는 거주지역을 나타내는 앞 6자리와 성별 및 등록 순서를 의미하는 뒤 6자리로 구성돼 총 12자리였다.



1975년부터는 앞자리에 생년월일, 뒷자리에 성별과 지역번호를 넣은 13자리 주민등록번호로 변경됐는데, 이 체계는 2020년까지 사용됐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김대영 전 건설부 차관이 미국의 사회보장번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20년 10월부터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 지역번호가 아닌 임의번호를 넣기 시작했다.
번호만으로 출신 지역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생년월일·출신 지역 등 정보만 알면 전체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2000년 출생자부터는 성별 번호가 기존 1(남성)·2(여성)에서 3(남성)·4(여성)로 바뀌었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1998년 확정한 '2000년대 출생자 주민등록번호 부여 계획'에 따른 것으로, 1900년대 출생자와 2000년대 이후 출생자의 출생연도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주민등록제도의 기원이 일제강점기 조선기류령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1942년 일본은 기류령을 통해 조선인들의 주거지 신고를 의무화했는데, 강제 동원과 식민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주민등록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국가에도 개인 신분증은 있지만 복지행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카드가 대부분이며, 재발급 시 개인 식별 번호가 바뀐다.


한편 주민등록증 발급 56년 만인 올해 정부는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도입한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17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생성되는 일회용 QR코드를 촬영하면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다음 달 27일부터 약 2개월간 세종과 경기 고양시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발급한 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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