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러시아 경제를 지원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차 대만과 충돌 시 서방이 유사한 제재를 할 것에 대비해 회피 방법을 연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부 부처 간 협의체를 설립해 제재 영향을 연구하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대만과의 갈등으로 서방이 중국에 유사한 제재를 부과할 경우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국 관리들은 정기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중앙은행, 재무부 등과 회동했다.
WSJ는 "중국의 이 같은 연구는 경제 전쟁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경제 정책과 지정학적 전략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협의체 설립은 중·러 협력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며, 중국의 러시아 경제 지원이 일방통행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책임자는 "중국에 러시아는 제재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샌드박스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협의체가 중국이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긴밀해졌다. 양국 무역은 지난해 러시아 석유 판매로 2400억달러를 기록했다. 오토스탯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판매된 신차의 약 60%가 중국산이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 전체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 무역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해 반대로 러시아가 중국 경제를 지원하긴 어렵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등 중국에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과 대만이 본격 충돌할 경우 다른 규모의 경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애틀랜틱 카운슬과 로듐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이 중국에 본격적인 금융 제재를 가하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고, 무역이 중단되며, 중국의 해외 은행 자산과 준비금 3조7000억달러(약 5176조원)가 위험에 처한다. 중국이 특히 우려하는 분야는 3조3000억달러(약 4616조원)가 넘는 외환 보유고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시아의 경험에서 준비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외환 보유고를 다각화하고, 탈달러화로 경제를 보호할 시간을 벌었다. 또 서방이 스위프트(Swift) 금융 네트워크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을 추방하고 유가 상한선을 부과하기 위해 노력하자 러시아는 중국과 이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해 대응했다. 특히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단절을 피할 수 있는 경로도 확보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제재로 인한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 카운슬과 로듐 그룹에 따르면 최소 3조달러(약 4197조원)의 무역 및 금융 흐름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프랑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