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심각한 오판”이라고 평가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애스펀전략포럼 행사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나는 윤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양극화 정치 환경 속에서도 여야 모두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며 "이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 과정이 매우 불법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국민의 의지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 인사가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수립한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외교 정책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윤 대통령이 촉발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중국과 북한에 맞선 한·미·일 3자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권 교체기에 발생한 이 격변은 한·미 안보 관계에도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의 위협에 맞선 미국의 노력에 동참하려는 한·일 양국의 시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다른 고위 인사들도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당황한 가운데 앞으로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면서도 “미국은 계속 공개적으로 발언할 것이다.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개인적으로도 소통하며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미국 행정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한국)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 또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며 정치적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에 이르기까지 비록 상당히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치 혼란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며 이번 사태는 한·일 협력, 한·미·일 연계에도 지장을 준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도 잇따른다. 블룸버그는 "타이밍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계엄사태 이전에도 코스피와 원화 가치는 올해 세계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트럼프 2기는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 미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장기간 리더십 공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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