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尹 소환’ 가시화
金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
포고령 지시자·사전 모의 경위 등
檢, 金 수사 통해 규명 나설 방침
법조계선 “尹 2~3주 지나야 소환”
공수처도 金 영장 청구 ‘수사 중복’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이번 사태의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겨냥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모의한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인 뒤, 빠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를 상대로 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무슨 대화 나눴나…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사태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전날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면서 김 전 장관에게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은 내란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두머리,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에 대해선 ‘부화수행(附和隨行)’, 즉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포고령을 직접 작성하고 군 지휘관들에게 병력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장관을 우두머리가 아닌 종사자로 판단한 만큼 검찰은 사실상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보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이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한층 탄력이 붙게 된다.
내란 혐의가 성립하려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원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국회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계엄 포고령을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는지 등 윤 대통령과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경위와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이 의혹의 ‘정점’인 만큼 김 전 장관과 하급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실행한 군인부터 시작해 김 전 장관, 다른 국무위원과 국무총리까지 조사해 틀을 짠 후 윤 대통령을 불러 조사한 것들이 맞느냐 틀리느냐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2~3주는 지나야 윤 대통령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수사관 간 경쟁이 붙은 만큼, 소환 시기는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먼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현역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여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여 사령관은 계엄이 계속됐다면 계엄사 산하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인물이다.
1979년 10·26 사태로 촉발된 ‘서울의 봄’ 비상계엄 때 당시 군 장성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맡았던 핵심 역할이다.
여 사령관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하거나 체포·구금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던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큰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
부하 장병들은 저의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 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원에 구속심사를 위한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에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이 재석 287인, 찬성 210인, 반대 63인, 기권 1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동시 수사를 벌이며 벌어진 ‘수사 중복’ 문제는 이날도 빚어졌다.
공수처는 이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같은 피의자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가 중복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 시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예비적 청구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세 차례의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김 전 장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도 진행한 바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 등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통과됨에 따라 상설특검이 임명되면 각 수사 기관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검법안이 통과하더라도 실제 가동되기까지는 통상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특검이 임명되기 전까지 수사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경민·윤솔·최우석·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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