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CEO 살해 사건으로 본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민낯 지난 4일,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진 보험사 CEO 피살 사건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 Healthcare)의 CEO 브라이언 톰슨(50)이 백주 대낮에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 그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의료 시스템의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둘러싼 거대한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용의자는 명문가 출신의 26세 청년 루이지 맨지오니(Luigi Mangioni). 그는 사건 현장에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 선언문에서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기대수명은 42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대기업 보험사의 비윤리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와 같은 기업이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격범 응원하는 미국인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피살된 CEO에 대한 애도와 테러에 대한 비판 대신 용의자를 옹호, 지지하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시민들은 의료 보험사의 행태에 분노를 표출하며 용의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반응까지 보였다. 용의자를 신고한 맥도날드 매장은 별점 테러를 당하며 ‘밀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사건과 관련해 "비만 치료제를 저렴하게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 미국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도 "이번 사건은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민간보험 중심의 구조로, 공공보험의 역할이 미미하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업계 점유율 1위지만 보험금 지급 거부 비율도 업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기업 CEO를 표적으로 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산업계 고위 임원들도 테러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보안회사 글로벌가디언에 따르면 사건 발생 36시간 만에 70건의 보안 강화 요청이 접수되었다.
구조적 병폐에 대한 분노…사적제재는 위험 미국 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 시스템 개혁과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보험 산업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요구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폭력을 동반한 방식은 사회적 불안을 조성할 뿐 아니라, 구조적 개선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잘 구축된 건강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보험과 민간보험 간의 균형 유지와 개선을 통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료 쇼핑 문제를 줄이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민간보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과 자본주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극단적 반발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시스템 개혁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