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12·3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담화문 후폭풍으로 오는 주말 열리는 탄핵 재표결 집회에 참석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채팅방 등에는 집회 체크리스트, 편의시설 위치, 집회 참여 꿀팁 등을 담은 '초보자 집회 가이드'와 '탄핵 플레이리스트' 등도 배포되고 있다.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이후 이번 주말 탄핵 재표결 집회 참여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국민 담화문을 보며 실소가 나왔다. 국민들이 그렇게 비상계엄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하는데도 끝까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지난주엔 TV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 주에는 아내와 애들 데리고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집회 참여 의지를 더 불태우게 하는 담화문이었다.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탄핵 표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첫 집회 참가자를 위한 가이드' 등의 파일을 만들어 배포하며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해당 파일에는 집회에 참여하기 전 알아야 할 준비물과 옷차림, 핫팩 부착 팁, 체포 및 연행에 대비한 요령 등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또 다른 '촛불집회 가이드' 파일에는 집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역 인근 사용 가능한 화장실 목록, 선결제 및 후원 식당 리스트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중장년층이 많이 모이는 포털사이트 카페, 단체 채팅방 등에는 '집회 참석 전 알아두면 좋은 K-POP 플레이리스트'가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집회에 참석했던 가정주부 고우임씨(56)는 "집회에 나갔더니 젊은 친구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다음 집회 때는 노래를 조금 공부해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담화문으로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니 이번 주엔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열기가 더 뜨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열고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돼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담화문으로 탄핵을 촉구하는 여론은 한층 더 격양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진만 동덕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사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담화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이 부분에서 '셀프 발목'을 잡을 만한 요소들이 많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번 담화문에서 밝힌 '당에 위임하고 따르겠다'는 입장과도 정면 배치된다"며 "여론에 끼칠 사회적 파장과 갈등이 작지 않아 보이고 이번 주에는 반드시 탄핵을 가결시켜야 겠다는 국민들이 국회의사당역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