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 국가원수가 취항 후 30년 넘은 낡은 전용기를 타고 해외 순방에 나서게 생겼다. 6년 전 주문된 신규 전용기 '에어포스 원'의 납기일이 계속 밀리면서다.
미 금융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에어포스 원의 인도 시점이 2029년 1월로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가 끝나는 시점이다.
해당 전용기는 트럼프 당선인 1기 시절인 2018년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계약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에어포스 원 2대를 39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에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0년 취항한 기체를 사용 중이다. 이미 취항 후 활동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대통령 전용기는 일반 여객기를 개조해 도입한다. 신규 에어포스 원은 보잉 747-800을 개조하기로 했다. 문제는 개조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포스는 '날아다니는 백악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체인 만큼, 특수한 전자전 방어 체계와 최첨단 통신 장비를 가득 실은 항공기다. 이 때문에 복잡한 배선 작업을 진행할 숙련된 직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엄중한 보안이 요구되는 작업인 만큼, 까다로운 보안 심사를 통과한 직원을 찾기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특수 장비를 납품하는 하청업체 중 한 곳은 2021년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은 위기를 맞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에어포스 원의 납기는 당초 2024년에서 2027년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2029년으로 2년 더 늦어지면서,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낡은 전용기를 타고 해외 순방을 다녀야 하는 셈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와 통화를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어포스 원 납기 지연을 두고 "유감"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