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국회 앞에서 매일 열린 촛불집회 현장에 10~20대 여성이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에서나 보던 ‘떼창’을 외치고,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응원봉을 흔들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선결제’ 릴레이 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 연합뉴스 | 과거 촛불집회에서 주로 불렸던 비장한 분위기의 민중가요 대신 최신 대중가요가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유튜브에는 ‘촛불집회 플레이리스트’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집회문화가 이들로부터 탄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촛불집회에 젊은층 여성이 많다는 점은 실제 공식 통계로도 입증된다. 14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이자 가장 큰 규모로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국회 인근에 모인 인파 가운데 21.3%가 10대와 20대 여성이었다. 통상적으로 1020 여성이 ‘정치 무관심층’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이례적 현상이다. 집회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대학생 김서영(21)씨는 “생각보다 신나는 분위기라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강민정(17)양은 “시위가 활기찬 분위기여야 사람이 많이 올 것 같다”고 했고, 최시우(17)양은 “이런 분위기 덕분에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고 더 지지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학생 신보연(20)씨는 “잠시 광주에 살며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뭔가 말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여성혐오 범죄 묵인 등에 대한 반발의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은 정치적인 목소리에 문화적인 정체성을 더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집회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커피차에서 무료 음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들은 SNS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미리 음식값을 결제하는 ‘선결제 릴레이’가 며칠째 계속되고, 참가자들을 위한 각종 꿀팁도 공유되고 있다. SNS로 집회가 열리는 여의도 인근 선결제 매장 위치나 화장실 정보, 집회에 필요한 준비물과 영유아 쉼터 등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집회 장소 근처 선결제 매장 위치를 알려주는 ‘시위도 밥먹고’ 사이트에 접속하면 인근 매장의 선결제 수량과 품목, 주문 가능 여부, 영업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X를 통해 “저희 서비스가 선결제 매장을 찾는 데 쓰이면 좋겠지만, 선결제하실 분들이 어느 매장에서 선결제할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후원이나 광고 등을 받을 계획은 없다”며 “특정 매장의 혼잡도 문제와 모든 선결제분이 효율적으로 소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장에 선결제해달라”고 당부했다. | 웹사이트 '시위도 밥먹고' 캡처 | 여의도 일대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촛불집회 가이드’에 접속하면 집회에 필요한 준비물과 영유아 쉼터 등 정보뿐 아니라 집회 참여자들의 법적 권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외에도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의 선결제 식당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연예인과 유명인들도 SNS로 ‘선결제’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와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전날 집회 장소 인근의 음식점에 선결제해 둔 사실을 알리며, 시위에 참가하는 팬들을 응원했다. 가수 이승환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 박찬욱 감독도 참가자들을 위해 여의도 인근 빵집에 선결제를 한 사실이 14일 SNS를 통해 전해졌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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