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방불케 한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국회 본회의장 탄핵소추안 표결 생중계 보며 구호 외쳐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14일 오후 5시 무렵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은 가수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에 맞춰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개표 결과를 발표한 이후였다. “총투표수 300표 중 가(可·찬성) 204표”라는 우 의장의 말이 끝나자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인파들도 거리에 울리는 노래에 맞춰 두 손을 흔들며 이동했다. 일부 시민들은 하늘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14일 오후 5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 모인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이날 국회 앞 의사당대로는 인파로 가득 찼다.
이날 집회 현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탄핵소추안 투표 생중계를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함께 지켜봤다. 의원들이 투표하는 모습이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 설치된 전광판에 송출되자 시민들은 국회를 향해 “탄핵해”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집회’라고 하면 연상되는 민중가요를 아이돌 음악이 대신했다.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걸그룹 소녀시대가 2007년 발표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따라 부르며 탄핵 촉구 목소리를 냈다. ‘2024년 신 민중가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12월 3∼9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직전 일주일(11월 26∼12월 2일)보다 23% 증가했다.
이색 깃발들도 눈에 띄었다. ‘로또 안 사고 1등 당첨되기 연합회’ ‘척추디스크환우회’ ‘전국토닥토닥연합’ ‘그냥 고양이 자랑하려고 깃발 만든 사람’ ‘거북목 직장인 연합회’ ‘어리굴젓 숙성 연구회’ 등 정치와는 거리가 먼 문구를 담은 깃발들이 국회 인근에서 펄럭였다.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 분노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들고나온 깃발 모습이다.
집회에 참석한 류희표(28)씨는 “강아지나 아이를 데리고 소풍 온 것처럼 보이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며 “엄중한 사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결제 주문이 있으니 밥과 음료를 무료로 받아가라는 카페와 식당들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김밥집은 가게 입구에 “고객께서 김밥 500줄을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여의도 집회 참가자에게 나눠 달라고 200만원을 선결제해주셨다”며 “집회 참가자분들께선 꼭 들려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걸었다. 또 집회 현장에서 어묵과 풀빵 등을 나눠주는 곳들도 있었다.
이번 사태 이후엔 선결제가 이뤄진 카페 위치와 실시간 제품 재고를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시위도 밥 먹고’)와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주말 영업하는 식당,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 등을 표시해둔 지도 사이트도 등장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 한 김밥집에 김밥 500줄 선결제가 있으니 집회 참가자들은 받아가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14일 오후 4시30분 기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등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0만8000명이 모였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시스템 기준으로 참여자는 30만여명이다. 집회 주최 측은 200만명으로 추산했다.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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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목 직장인' '토닥토닥 연합' 깃발 펄럭…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 분노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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