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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 종식된 시리아 내전, 불씨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AK라디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4-12-17 09:42:06

지난 8일,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2011년부터 13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53년간 세습 통치와 철권 통치를 이어오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도 붕괴됐으며, 알 아사드 대통령과 일가는 러시아로 망명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반군의 신속한 승리다.
시리아 반군은 반격 작전을 시작한 지 불과 11일 만에 정부군을 제압했다.
2010년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사회 개혁 운동이 중동 전역으로 퍼졌고, 2011년 시리아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내전이 2주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종식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아사드 정권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러시아의 지원 중단을 꼽는다.
그동안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군의 지원에 힘입어 반군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특히 러시아의 공군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시리아는 산유국임에도 내전으로 인해 정유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어 항공유 생산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정부군과 반군 모두 전투기나 수송기를 단 한 대도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러시아가 공중 지원을 통해 이를 보완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시리아에 주둔하던 전력 상당수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의 근접 항공지원이 사실상 중단되자 시리아 정부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내전 장기화로 인한 식량난과 러시아의 전반적인 지원 약화는 정부군 병력의 이탈로 이어졌다.
2020년 휴전 당시 35만 명에 달하던 정부군 병력은 최종 패배 시점에 17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절반 이상의 병력이 탈영한 상황에서 패배는 불가피했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시리아의 복잡한 종교 갈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사드 가문은 이슬람교 시아파에서 분리된 소수 종파인 알라위파 출신이다.
알라위파는 중세시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에게서 이단으로 규정됐던 소수 종교 집단으로, 현재는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지대, 튀르키예 동부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다.


하페즈 알아사드는 197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알라위파 장교들을 규합해 50년 넘게 통치를 이어왔다.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 알라위파는 프랑스군에 대거 입대했고, 시리아 독립 후에도 군부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시리아에서 소수 종파인 알라위파의 장기 집권은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개혁 성향의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뒤 종파간 화합을 내세우며 세속주의 정책을 펼쳤다.
각 종파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양한 종교가 연합된 정치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결국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승리를 거둔 반군의 주축은 하얏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다.
HTS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조직으로, 복잡한 변천 과정을 거쳤다.
이 조직은 처음에는 IS의 시리아 지부로 출발했으나, IS가 극단화되자 연을 끊었다.
이후 알카에다 산하로 들어갔다가 2016년부터는 독자 노선을 걸었다.


HTS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알졸라니(43)는 이라크 출신 경제학자의 아들이다.
그는 2003년 다마스쿠스 대학 미디어학과 재학 중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반미운동에 가담했고, 이후 알카에다 지부에서 활동했다.
과도정부 총리로 선출된 무함마드 알바시르(41)는 전기공학자 출신으로, 시리아 가스공장에서 근무하다 반군 조직에서 행정을 담당해왔다.


시리아 내전 종식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군의 최대 후원국인 튀르키예는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튀르키예는 400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어 내전 종식이 시급한 과제였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서부 국경 지역의 난민 캠프를 통해 반군에 식량과 무기를 지원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내 군사기지와 경제적 이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유럽 가스관 문제가 심각하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동 국가들과 가스관 연결을 추진해왔다.
시리아는 유럽과 중동을 잇는 가스관의 핵심 경유지로, 2009년부터 카타르-사우디-시리아-튀르키예를 잇는 가스관 건설이 논의됐었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이제 친서방 성향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시리아의 새로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러시아와 튀르키예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HTS 내부에 여전히 과격 세력이 존재하고, 알라위파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60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13년 만에 찾아온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편집자주아시아경제의 경제 팟캐스트 'AK라디오'에서 듣기도 가능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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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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