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사들인 일본 주식이 1조엔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상호 보유 주식을 매각하도록 압박에 나서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자체 집계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올해 최소 1조엔(약 9조3000억원) 상당의 일본 주식을 매수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매도한 주식을 뺀 순매수 규모도 5000억엔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올해 지분을 매입한 일본 기업 역시 최소 146곳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4년 11곳에서 10년 만에 1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현지 기업들 다음으로 일본 주식을 많이 매수하는 집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기관투자자들은 상호 보유 주식을 정리하면서 순매도세를 보였고, 개인 투자자들 역시 시장 랠리가 있을 때마다 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일본 주식을 매입한 행동주의 투자자들 가운데에선 세계 최대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매입 규모 상위 5건 중 3건에 이름을 올렸다. 엘리엇은 올해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그룹 지분을 확보하고 소프트뱅크에 150억달러(약 22조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엘리엇이 사들인 미쓰이부동산과 도쿄가스 지분도 각각 860억엔(약 8000억원), 740억엔(약 6900억원)에 달한다.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도요카 카즈히로 일본 주식 책임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 경영진의 사고방식을 '우리는 문제가 없다'에서 '문제가 있다'로 바꾸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자신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현재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주식 규모는 일본 증시 시가총액의 0.5% 수준인 4조8000억엔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일본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상호출자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일본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호출자는 우호적인 관계의 기업들이 서로의 주식을 상호보유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상호출자가 금융시장의 자본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비판해왔다.
나자카와 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일본 금융당국이 자본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에 진입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