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AI 디지털교과서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교사 연수 등에 활용하던 특별교부금을 깎는 법안도 교육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18일 국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법사위는 전날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학교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자율적으로 각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시 교육격차가 심화할 수 있고 비용이 학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야당 의원들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면서 다수 의석의 야당이 단독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 3월 초 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한 AI 디지털교과서 일괄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교육부는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본회의 전까지 국회와 더욱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특별교부금을 삭감하는 법안도 국회 논의에 들어간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명목으로 3.0%에서 3.8%로 높였던 특별교부금 0.8%분을 다시 원상복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다. 올해 이 '0.8%분'은 AI 디지털교과서 교사 연수 등에 쓰였다. 법안을 발의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가 특정 사업만을 위해 특별교부금을 늘리는 것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육부와 여당은 교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예산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별교부금을) 교사연수 등에 지출했는데 연수를 받은 교사들은 긍정적이었다"며 "혁신을 위해서 지출한 예산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야당 교육위 관계자는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이라 이날 당장 표결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야당) 단독 의결을 (결심)하면 안건조정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 조정안이 가결되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본다. 앞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지난달 27일 교육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뒤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