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전농 트랙터 행진
남태령서 경찰과 1박2일 대치
SNS번지며 시민들도 밤샘 시위
“주위 사람들과 손잡고 버텼다”
“농민들 위험하단 소식에 이동”
결국 경찰 봉쇄 풀어… 한남동行
2명 경찰 연행… 참가자 1명 실신
“윤석열은 방 빼라! 경찰은 차 빼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1일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상경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22일까지 1박2일간의 대치했다.
경찰이 서울 남태령고개의 과천대로 일대에 버스로 차벽을 세우면서 서울로의 진입로가 막혔고, “집회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이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위대는 “차도를 막아 집회장소로 만들고, 분노한 시민들을 불러모은 건 경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등을 타고 상경 시위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22일 서울 남태령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최상수 기자 |
22일 전농에 따르면 ‘전봉준투쟁단’은 16일 경남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이 서울에 다다른 것은 전날 낮 12시쯤인데, 경찰은 경력과 차량 등으로 남태령고개의 진입로를 봉쇄했다.
당초 투쟁단은 서울로 진입해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 탄핵 집회 장소로 향할 계획이었는데, 경찰은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제한 통고’를 했다.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투쟁단은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에 차도 위에서 밤샘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쟁단이 트랙터로 경찰 버스를 옮기려 했고, 경찰이 트랙터 운전자를 끌어내려 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번지기도 했다.
투쟁단이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시민들은 전날 저녁부터 남태령역 앞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남태령역에 운집하며 이곳에서 사실상 또 하나의 집회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K팝과 농민가, 민중가요를 부르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경찰은)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시민들은 죽과 김밥, 음료 등을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
시민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1인 발언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자정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대학생 이정윤(23)씨는 “전날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농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엑스(X·구 트위터)에서 보고 나왔다”며 “춥고 힘들지만 주위 사람들과 손잡고 버텼다”고 말했다.
대치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2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고,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하던 참가자 1명이 실신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22일 오후 2시부터는 이곳에서 전농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이 주최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영하권을 맴도는 한낮의 추위도 남태령고개에는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집회에는 약 3만명(주최 측 추산)이 몰렸다.
8차선 도로 50여m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잠들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대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려 애썼다.
연단에 오른 한 여대생은 “지난밤 경찰과 대치 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오늘 아침 광주에서 첫 차 타고 올라왔다”며 “권력이 약자를 병탄하고 인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지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트랙터를 가로막은 경찰의 조치를 용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장은호(36)씨는 “경찰이 통행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전날 집회를 하고 지금쯤 해산했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왜 묻지마 식으로 막아세워서 일을 키운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22일 연이틀 비판 성명을 내고 경찰에 차벽 봉쇄를 풀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제3자 고발한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경찰의 차벽을 통한 트랙터 행진 금지 등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결국 경찰은 봉쇄를 풀었고, 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은 이날 오후 4시 45쯤 재개됐다.
투쟁단과 시민들은 남태령고개에서 집회를 마친 후 사당역을 거쳐 한남동을 향해 행진했다.
이규희·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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