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공동연구팀이 뇌 신경 활동이 이뤄지는 시간적 스케일의 보편적 패턴을 파악해 뇌 기능을 가능케 하는 신경회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AIST는 뇌 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와 생명과학과 정민환 교수, 존스홉킨스대 이대열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포유류 종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영역별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 패턴을 확인, 뇌가 정보를 표상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24일 밝혔다.

대뇌피질은 인간의 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대뇌피질은 시각피질처럼 감각 정보를 담당하는 영역부터 전전두엽 피질 등 고등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까지 순차적 위계 구조로 됐다.

공동연구팀은 연구에서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이 위계가 낮은 영역에서부터 위계가 높은 영역에 이르기까지 점점 증가하는 것을 관측했고, 뇌의 상위 영역으로 갈수록 정보처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적 스케일을 사용하는 신경 활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러한 경향성이 영장류와 설치류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포유류의 뇌 진화에서 다양한 과제 처리를 위한 시간적 스케일이 중요한 공통의 변수가 됐음을 밝혀냈다.

반대로 시상(thalamus) 등 영역은 대뇌피질과 강한 연결 상태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스케일의 위계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점도 알아냈다.
시상은 대뇌 깊은 곳에 있는 타원형의 핵 집합체로, 감각 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중계국’ 역할은 한다.
시상을 통해 전달된 정보는 대뇌피질의 각 부분으로 전달돼 인식·판단·조절 등의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전 연구에서는 인간, 원숭이, 설치류 등의 뇌 대뇌피질 영역에서 자발적 신경 활동의 시간 스케일이 해부학적 계층이 높을수록 길어지는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만 정작 뇌 대뇌피질에서 정보를 표상하는 활동을 할 때 시간 스케일의 변화 양상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의사결정 행동을 수행하는 원숭이, 쥐(rat), 생쥐(mouse)의 뇌에서 측정한 신경 활동을 자발적 요소와 행동 관련 요소로 나눠 두 유형의 시간 스케일의 변화가 여러 대뇌피질 영역에서 계층이 높아질수록 길어지는 양상을 나타내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대뇌피질과 직접적인 연결이 존재하는 영역인 시상까지 분석의 범위를 확장해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을 비교했다.

이 결과 공동연구팀은 뉴런의 자발적 활동 뿐 아니라 의사결정 행동 관련 활동의 시간 스케일 역시 대뇌피질에서 상위 정보 처리영역으로 올라갈수록(해부학적 계층이 높아질수록) 길어지는 반면에 뇌의 다른 영역인 시상에서의 신경 활동 시간 스케일은 대뇌피질의 신경 활동 시간보다 전반적으로 짧고, 계층적 변화 양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백세범 교수는 “공동연구팀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이 해부학적 계층에 따라 변하는 보편적 구조의 패턴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통해 향후 뇌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신경망 구조의 자세한 설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 및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논문)는 지난 13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