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미국 대표 보도 채널 CNN 시청률이 하락한 가운데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로 이 같은 추세에 불이 붙으며 'CNN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CNN 프라임타임(황금시간) 시청률이 45% 하락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선 이후 CNN의 시청자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달 2주차 CNN 프라임타임은 평균 36만7000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추수감사절(11월 28일)이 있던 주간에는 평균 29만7000명이 시청했다.
CNN의 황금기였던 2020년 대선 당시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180만명에 달했었다.

대선 방송 보도에서도 밀렸다.
CNN은 큰 뉴스, 특히 정치 관련 뉴스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미 대선 당일 밤 사상 처음으로 같은 진보 성향의 보도 채널 MSNBC보다 낮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CNN의 시청률 하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일부는 CNN이 2023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타운홀 행사를 독점 중계한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WP는 이로 인해 진보 성향의 주력 시청자들과 멀어진 것은 물론, 많은 내부 직원들이 불평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CNN 안팎에서는 당시 타운홀에 대해 '참사', '재앙', 'CNN 최악의 순간'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CNN의 보도에 실망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CNN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사퇴 결정의 원인이 된 지난 6월 첫 대선 후보 TV토론을 주최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사실과 다른 발언을 여러 차례 했는데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으며 비판이 잇따랐다.
CNN의 한 정치 기자는 "CNN 내부에 우리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널리 퍼져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화당 정치 전략가이자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지지자 스콧 제닝스가 CNN에 자주 등장한 점 역시 지적됐다.
WP는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리히트 시절의 직설적인 언론인들 몇몇이 밀려나고, 공화당 인사들의 출연이 늘면서 좌파 성향 목소리가 억눌린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음 달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있는 것도 우려 사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2년 CNN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4억7500만달러(약 6963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CNN이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자신의 주장을 보도하며 이를 '큰 거짓말(Big Lie)'이라 표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2019년에는 CNN의 백악관 출입 기자 짐 아코스타의 출입증을 박탈한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법원에서 뒤집혔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한번 CNN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해고 우려도 CNN 직원들의 사기를 하락시킨다.
CNN은 2022년 말 수백명을 해고한 바 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한 CNN의 한 수석 프로듀서는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언제 또는 얼마나 큰 해고가 있을지, 심지어 해고가 실제 행해질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CNN의 한 정치부 기자는 "모두가 초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디지털 서비스 강화와 유료 구독 서비스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회사 측은 전통적인 시청률 대신 디지털 플랫폼에 월평균 1억47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0월부터 월 3.99달러(약 5848원) 유료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다만 WP는 CNN이 구독 시장의 후발주자이며, 현금이 부족한 고객에겐 우선순위인 넷플릭스, 애플TV플러스 같은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