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 유족들의 비통한 호소
항공 안전 중요성 다시 한 번 일깨우며 깊은 충격
유족들의 슬픔 치유하기 위한 지원도 시급한 과제
"아들이랑 며느리, 아기가 다 탔어요. 우리 며느리는 승무원인데 거기 직원이에요."
29일 오후 4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 최모(64)씨는 딸의 어깨에 기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한 명도 아니고 3명이나"라며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서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 탑승자 가족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최씨는 사고기에 탑승했던 가족에 대해 "아들과 며느리, 9살 된 손주가 타고 있었다"며 "며느리는 제주항공 직원인데, 마침 쉬는 날이라 가족 여행을 갔다"고 전했다.
그는 "경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무안공항으로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메시지를 회상하며 "어젯밤 11시에 아들이 '우리도 출발한다'며 '엄마도 잘 놀다 와'라고 한 것이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며느리든, 아들이든, 아기든 단 한 명이라도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있었으며, 추락 참사로 인해 무안공항 내부는 임시 안치소와 유족들로 가득 찼다.
4번 게이트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유족 A씨는 유가족들을 향해 "가장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 문제"라며 정부에 실시간 브리핑 제공과 신속한 신원 파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례 절차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며 임시 대표로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한 유가족은 "저희도 탑승자 명단을 받고 싶다"고 말하며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무안공항 관계자가 있으면 나와 달라.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공항 관계자가 한 명도 없다니 말이 되냐"고 항의했으나, 공항 측에서는 즉각적인 답변이 없었다.
유족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탑승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손수 적어 공유하며 서로의 고통을 나눴다.
이번 사고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새떼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로 인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연기와 유독가스가 기내로 유입되자 조종사가 급히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탑승객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새 떼 충돌로 착륙을 하지 못한다고 지인에게 전했다.
한국일보(독자 제공) |
사고 직전, 한 탑승객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메시지는 29일 오전 9시에 발송된 것으로,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며, 유족들은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책임자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을 포함한 비행 안전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공항의 조류 방지 대책 및 긴급 대응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항공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유족과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기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유족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지원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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