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이 미국으로 넘겨졌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될 권씨에 대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징역 10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자국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권씨의 신병을 미국 사법당국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전 세계에서 50조원대 피해가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는 가상화폐 테라가 안전하다고 투자들을 오도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권씨를 기소한 미 뉴욕 남부연방지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권씨에 사기공모, 시세조종 공모 혐의와 각각 2건의 상품사기, 증권사기, 정보통신사기 혐의 등 총 8건의 범죄혐의를 적용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도피 행각을 벌이던 권씨는 2023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며 치열하게 신병 확보 경쟁을 벌였다.
 
몬테네그로 하급심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미국보다 더 빨랐다는 결론을 내리고 권씨의 한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복수의 국가가 경합하는 경우,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며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지난해 4월 파기 환송심에서 하급심이 또 한 번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다시 9월 19일에 이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 자체를 법무부로 이관했다.
이에 권씨 측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개월이 넘는 심리 끝에 이를 기각했다.
헌재의 기각 결정 이후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은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명령에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은 2024년의 마지막 날 권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계해 기나긴 법정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씨는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그동안 현지에서 필사적으로 법적 대응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8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될 경우 권씨에게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권씨가 받는 증권사기 혐의와 정보통신 사기는 각각 최대 징역 20년형, 증권사기는 최대 10년형, 시세조종 공모 혐의는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8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면 이론적으로는 최대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다만 권씨에게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3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7개 범죄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이 나왔다.
이에 최대 1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는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권씨는 뱅크먼-프리드의 재판이 열렸던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