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이 식당 직원이나 비정규직 등으로 일하는 '오버 스펙'(해당 직업과 비교해 자격 초과)이 흔한 현상이 됐다.

4일 영국 BBC는 중국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 취득자가 고등학교 잡부로 취직하거나 명문 칭화대 박사 학위 소지자가 비정규직 보조경찰에 지원하는 등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 금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쑨잔씨(25)는 중국 남부 난징의 한 훠궈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쑨씨는 투자 은행에 취업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 식당에 취직했다.
쑨씨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융권 취업 대신 식당에서 일하며 가게를 창업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며 "사업이 성공하면 가족 중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적 명문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재무학 학위를 받은 우단씨(29)는 현재 상하이의 한 스포츠 부상 마사지 클리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우씨는 홍콩 거주 당시 선물거래회사에서 재직한 적도 있었으나 상하이에 돌아온 뒤 원하는 일리가 없어 육체노동을 선택했다.
우씨는 가족들이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런데도 우씨는 "석사 과정 동창 중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극소수"라고 강조했다.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 실업 중인 대졸자들은 상하이 남서쪽에 있는 영화 제작 거점 도시 헝뎬으로 몰리기도 한다.
단역 배우로 일하기 위해서다.
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한 우싱하이(26) 씨는 "사람들은 종종 여기에 와서 몇 달만 일한다"며 자신도 정규직을 찾을 때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를 전공한 리모 씨는 "이게 바로 중국의 상황"이라면서 "졸업하는 순간 실업자가 되고 만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 해 1000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은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이 2023년 6월 사상 최고인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이후 중·고교와 대학 재학생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을 그해 12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2024년 11월 기준 16.1%로 집계됐다.

장쥔 홍콩시립대 교수는 "중국 본토의 구직 상황이 매우 어려워 많은 젊은이가 '좋은 직업'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