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버스를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가 ‘통학버스 대란’ 우려에 중대형 경유버스를 통학버스로 허용키로 했다.
 | | 사진=연합뉴스 |
5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16인승 이상 또는 총중량 3.5t 이상인 중대형 어린이 통학버스를 대기관리권역법상 경유차 사용 제한 대상에서 최근 제외했다.
중대형 경유 버스를 어린이 통학버스로 새로 신고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신고된 버스를 계속 운행하는 것도 허용한 것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어린이 통학버스 부족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지는 정국 혼란으로 같은 취지의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게 되자 관련 정책을 미리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관리권역은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수도권·중부권·동남권·남부권 등 4개 권역 15개 시도 77개 시군이다.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지난해 1월 1일부터 대기관리권역 내에선 경유차를 어린이 통학버스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경유차를 전기차나 액화천연가스(LPG) 차로 대체하기로 하고 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당국에 신청하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경유 통학 차량 운행이 가능했다.
경유 통학버스 금지 조처를 두고 학원가 등 교육계에서는 '통학버스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에 전기버스 2815대만 신규등록되는 등 연간 등록 대수가 3000대에 못 미칠 정도로 공급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 전기버스 구매가 쉽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충전난’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한 이후 경유 통학버스를 유지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어린이 통학 차량 8만6416대 중 76%인 6만5908대가 경유차다.
LPG차는 1만9960대이고 전기·수소차는 495대에 불과하다.
중대형 경유 버스의 어린이 통학버스 사용이 다시 허용되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를 통학 차량에서 퇴출하려는 정책은 차질을 빚게 됐다.
경유 통학 차량 중 이번에 사용 제한 대상에서 빠진 중대형 차는 약 2만7000대로 40% 정도를 차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실 여건을 고려하면 당장은 경유 통학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추후 전환이 쉬워졌다고 판단되면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기버스 전환을 촉진하는 보조금 정책도 시행된다.
환경부는 올해 ‘어린이 통학용’으로 구매하는 대형버스에 최대 1억1500만원, 중형버스에 최대 1억원의 국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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