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군기 훈련, 군 사기와 국민 신뢰 저하…죄책 무겁다”
훈련병을 숨지게 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각각 징역 5년과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해 6월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 부장판사)는 7일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8·대위)씨에게 징역 5년을, 부중대장 남모(26·중위)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군기 훈련과 훈련병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병 교육 훈련 중 피해자들에게 신체 조건에 맞지 않는 혹독한 군기 훈련을 강행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훈련은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군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21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생명을 잃었으며, 다른 피해자들 또한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었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군 기강 확립이라는 명목으로 훈련을 실시했으나 악의적 동기나 고통을 가할 목적은 없었던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 강씨가 피해자들에게 형사 공탁을 시도한 점도 일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다만 피해자 측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점을 들어 피해 회복 노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강씨와 남씨는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했으며, 실신한 박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이 박훈련병의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강씨와 남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학대치사죄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판결은 군 내부에서의 비정상적인 훈련 관행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평가되며, 군의 인권 존중과 기강 확립 사이의 균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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