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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법률따라 독립해 심판”… 여당이 제기한 ‘재판 공정성’ 일축 [탄핵 정국]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1-07 17:37:15

탄핵심판 내란죄 철회 논란 격화
尹측 “내란죄 판단 없으면 탄핵 무효
소추 사유 변경 따른 국회 재의결해야”
법조계 “절차 진행 큰 문제 아냐” 우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였던 형법상 내란죄를 헌재의 판단 대상에서 철회해달라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중대한 소추 사유가 변경된 만큼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절차 진행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7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형법상 내란죄 관련은 재판부 판단 사안”이라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여당이 제기한 재판 공정성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국회 대리인단은 앞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소추 사유 중 형법 위반과 관련한 주장을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나타난 사실관계는 그대로 탄핵심판에서 다루되 이를 헌법 위반으로만 한정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탄핵심판에서 판단하지 않으면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며 반발했다.
내란 혐의가 윤 대통령의 핵심 탄핵 사유였던 만큼 이를 제외하면 탄핵소추안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했기 때문에 권한 행사를 정지하고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가 적합하지 않으므로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평가”라고 지적했다.

내란죄 철회 논란의 쟁점은 탄핵소추안의 동일성이다.
헌재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소송법에서 검사가 공소 제기 후 임의로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공소를 철회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탄핵심판에서도 유사한 원칙이 적용돼 탄핵소추안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형식, 이미선(앞)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하지만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는 재판관들의 몫이라는 게 헌재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이 2차 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의 내란죄 제외 방침에 반발하자 이미선 재판관은 “내란죄가 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는 재판관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유사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당초 소추 사유였던 뇌물·강요 등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며 탄핵소추 이유를 변경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국회의 동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며 반박했다.
당시 헌재는 재의결을 요구하지 않고 탄핵심판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면 국회 재의결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관계 변화 없이 법 적용을 달리 구성하는 건 가능하다”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라면 (재의결 없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뉴스1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실행에 옮긴 행위가 헌법을 위반했는지, 그게 중대했는지만 판단한다”며 “청구인(국회) 역시 형사 범죄로 쟁점화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로 심판 대상에서 (내란죄 판단을) 제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측도 헌법심판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런 식으로 절차에 시비를 거는 것은 여론전을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회 대리인단은 이날 “내란 행위를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소추 사유를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리인단 정순욱 변호사는 “대통령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라고 평가한 것이지 이것이 소추 사유인 것은 아니다”라며 “(내란죄를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소추 의결서의 사실관계는 한 글자도 변경된 게 없다”고 말했다.
안경준·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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