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탄핵 정국
대통령 앞장서서 법의 판단 불복·선동
수사기관 공수처 “법도 몰라” 조롱 대상
최대행 ‘강 건너 불구경’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아전인수식 법 해석이 남발되면서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체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법치를 지탱하는 권력자와 정치인, 수사기관들이 입맛에 따라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격돌하는 양상이다.
헌법학자들은 정치권이 앞장서서 무의미한 논란을 종식하고,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는 장외 정치 선동을 멈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률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여간 사회 혼란, 일련의 난맥상을 ‘법치주의 붕괴’로 진단했다.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가장 큰 책임은 사태 장본인인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윤 대통령은 전날 대변인 격인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법치주의 붕괴”를 우려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냈으나, 자신을 향한 수사에 이어 법원이 발부한 체포·수색 영장까지 “불법”이라 낙인찍고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여당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불법 무효”라며 가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특별한 의무를 지는 대통령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게 법치국가냐”고 반문하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진짜 잘못된 처신”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대통령이 나서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 집행에 불응해 공권력에 불복하고, 그게 관철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굉장히 우려된다”며 “(윤 대통령 전례로) 이런 모습은 앞으로 반복되기 쉬워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아마추어’ 행보로 혼란만 가중했다는 평가다.
5일 “영장 집행 전문성이 있는 경찰이 집행 주체”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하려 했다가 “법적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하루 만에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공수처는 이번 촌극으로 “공수처법도 모른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 경호처 직원으로 보이는 인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윤 대통령 관저를 요새화 한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이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회에선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힌 건, 헌재의 조속한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할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로 200명(대통령 기준)이 아닌 151명(국무총리 기준)을 적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차 교수는 “각 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모습에 ‘믿을 만한 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법과 원칙,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는 건 한순간”이라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이어 정치권에 “여야 모두 마찬가지인데, 극단적인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그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말도 극단적으로 하는 ‘선동 정치’, ‘갈라치기 정치’는 나라를 위해서 멈춰야 한다”면서 “지금 국가가 얼마나 위기 상황인지를 의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
최 권한대행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명예교수는 “한시라도 빨리 교란된 헌정 질서의 회복을 위해선 국무총리 권한도 대행하는 최 권한대행이 업무 조정이란 국무총리 직무를 수행하든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또는 내란 특검법 시행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조희연·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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