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연이어 발생한 사회재난에 대해 선제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사회재난 관리법' 제정을 추진한다.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마련된 민간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이달 중 발표한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행정안전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행안부 업무계획은 ▲국민안전 ▲지방시대 ▲디지털정부 ▲사회통합 4가지 핵심 과제로 구성됐다.
행안부는 우선 주요 기능인 국민 안전, 재난 대응 정책에 집중한다. 자연재난과 달리 예측이 어려운 사회재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선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재난 관리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책임 기관장에 사전대비 태세 확립 및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행안부 장관의 재난 유형별 정책협의체 구성·운영 등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정영준 행안부 기획조정실장은 "재난원인조사는 상시적 예비조사체계로 전환해 조사 기간을 대폭 줄이고 전문성은 높일 예정이며, 재난 현장에 필요한 기술은 신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분야 R&D 구조도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자별 정책도 고안했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어린이 보행 앱'을 내년 5월부터 시범운영한다.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린이에게 위험 경고 메시지를 표출하고,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어르신의 경우 승강기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안전수칙을 제작·배포하고, 시니어 승강기 안전도우미를 배치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재난 대응을 위해 현재 'Emergency Ready' 앱에서 제공하는 재난문자의 제공 언어를 러시아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19개까지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목표다. 청년자율방재단을 전국에 확산해 지자체-읍·면·동-민간 협업을 강화해 현장 중심 재난관리체계를 세운다. 112와 119 신고 정보 또한 지자체 상황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재난문자는 기존 90자에서 157자로 글자 수를 확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하는 올해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시작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상반기 지방재정 신속집행 목표를 170조원에 달하는 60.5%로 세워 지역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지방 규제도 개선한다.
행정체제 개편 로드맵을 위해 구성한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권고안이 발표되면 행안부에서 권고안을 접수해 검토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 거쳐 이행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충청광역연합과 같은 특별지자체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권한 이양 확대, 의회 활성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시·도가 원하는 특례를 발굴해 건의하는 상향식 특례 부여 제도도 신설한다.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운용 중인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을 높여 내실을 다진다. 상반기에 개통 예정인 기금관리시스템을 통해 기금관리조합의 실시간 집행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금 배분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 투자계획과 신규사업 발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금 투입 효과와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
안정적인 지방재정 운영을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립을 의무화한다. 세수 증감 등 재정 상황변화에 지자체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공유재산 총조사를 진행해 지자체가 누락 없이 공유재산을 활용하도록 한다.
행정서비스 디지털화, 서비스 장애 개선 등 '디지털정부' 관련 정책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먼저 공공부문에 인공지능(AI)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 '공공부문 AI 대전환(Gov AX) 종합대책'을 올 상반기 수립하고, 데이터기반 행정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AI 영향평가·윤리원칙, AI 리터러시 활용 촉진 등이 담기게 된다. 기관별로 AI를 도입할 경우 우려되는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범정부 AI 공통기반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내년 범정부 AI 활용 서비스를 확대한다.
지난해 시작된 모바일 신분증, 구비서류 제로화 정책 저변도 넓힌다. 지난달 9개 지자체에 시범 도입한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는 전국 어디서나, 민간 앱을 통해서도 발급 및 이용할 수 있도록 상반기 전면 개통한다. 공공서비스 구비서류 제로화는 지난해 421개에서 올해 900개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사업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늘린다.
행안부는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힘쓰고, 부처별로 인구정책과 일·가정 양립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도 보강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현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돼 상임위 논의 중인 상황이라 출범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회 심의가 빨리 이뤄지고 인구부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회 통합 부문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 화합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 광복 80주년 경축식은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화합의 축제'로 열린다. 태극기 판매처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국가상징 모티브 디자인도 발굴한다.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올해 대내외 환경변화, 저출생·지역소멸위기 지속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행안부는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고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중추부처로서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잡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