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대하는 방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더 매력적인 외교 파트너로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턴불 전 총리는 이날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에서 더욱 '거칠고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호주를 이끌며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이른바 '매드맨(광인)' 전략으로 통칭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정책이 반대로 시진핑 주석을 더 빛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가 혼란스러울수록, 시진핑은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턴불 전 총리는 트럼프가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이 점점 더 강압적으로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가까울수록, 트럼프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는 동맹국을 협박하고, 압박하며,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며 덴마크와 캐나다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덴마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을 도왔으며 캐나다는 수십년간 미국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으며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편이 낫다"고 말해 캐나다 국민에게 공분을 샀다.
턴불 전 총리는 호주가 과거 트럼프 1기 때처럼 쉽게 관세를 면제받긴 힘들 것으로 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당시 턴불 총리와 통화한 이후 "그가 매우 공정하고 호혜적인 군사·무역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호주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줬다.
그는 "트럼프는 한 나라를 면제해주면 다른 나라가 요구를 하고 결국 관세 정책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을 우려할 것이다"라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전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 발끈하며 즉각 대응했다.
그는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턴불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해할 능력도 없었다"며 "호주 국민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를 지도자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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