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차분히 사실인정을 하고 법리판단을 해서 결론을 내리면 됩니다.
그게 형사판사가 가져야 할 기본입니다.
”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23년 신임형사재판장 연수에서 강단에 선 한 부장판사가 말했다.
판사는 자신의 판단이 미칠 사회적 파장에 대해 인식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회적 파장에 대한 고려가 법 해석 원칙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는 과거 대권주자로 꼽힌 유력 정치인의 형사사건을 비롯해 온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른바 중요 사건 판결을 몇 차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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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사회부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 윤 대통령 사건이 배당되기 전의 일이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발언은 아니다.
다만 그가 이번 구속취소 결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크기와 파장, 그간의 관행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수사의 원칙’, ‘절차의 명확성’과 ‘수사과정의 적법성’이라는 근본적 원칙을 내세운 결정을 했다.
일각에선 ‘왜 내란사범인 현직 대통령 사건에서부터 구속기간 산정 방식을 달리 판단하느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재판 당사자가 그간의 구속기간 산정 관행이나 수사기관의 절차적 위반을 문제 삼는 주장을 정면으로 내세워 다툰다면 법원은 법리판단을 통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줄 뿐이다.
그가 현직 대통령이든, 장삼이사든 말이다.
이제는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은 미란다 원칙은 “미란다가 체포될 당시 형사사건 피의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에 관해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한 강간범 변호인의 주장에서부터 시작됐다.
“12·3 비상계엄이란 사회적 충격에 같이 일어나 돌을 던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그래선 안 된다.
설령 길을 돌아가느라 정의 실현이 늦어질지라도 적법절차는 지켜져야 한다”고 한 중견 법관은 말했다.
그것은 ‘용기’ 내지 않을 용기이며, 형사재판의 기본이자 마지노선이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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