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사 후 3만4906개 글 삭제
헌재, 본인인증 절차 강화
![]()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두고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게시판에 올라온 탄핵 반대 글이 대거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두고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게시판에 올라온 탄핵 반대 글이 대거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헌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8분 기준 자유게시판에는 총 277만7983개의 글이 게시돼 있다. 이는 전날 오후 5시25분 기준 281만2889개보다 3만4906개 줄어든 것이다.
올라온 글은 대부분 '사기탄핵 각하하라', '탄핵기각',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이 반복됐다. 한 작성자는 "위법에 불법으로 진행된 사기탄핵"이라며 "조작과 음모로 만들어진 탄핵은 각하만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라고 적었다. '탄핵을 인용하라'라는 글은 일부만 보였다.
헌재 재판관을 비난하는 글도 다수 게재됐다. 특정 재판관을 향해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주심 재판관과 통일해서 8대 0으로 각하하라"고 압박하는 글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때려잡자 문형배, 쳐부수자 이미선, 물리치자 정계선, 업무복귀 윤 대통령"이라며 "문형배 이XX 세상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전원일치 탄핵 인용하면 5·18 폭동보다 더한 국민저항 일어난다"고 협박성 글을 올렸다.
![]() |
12일 헌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8분 기준 자유게시판에는 총 277만7983개의 글이 게시돼 있다. 이는 전날 오후 5시25분 기준 281만2889개보다 3만4906개 줄어든 것이다. /헌재 홈페이지 |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매크로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경찰까지 내사에 착수하자 관련 글들이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헌재는 전날 오후부터 글을 쓸 때마다 본인인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절차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본인인증 한 번으로 다량의 글을 게재할 수 있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에서는 별도로 게시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매크로 대응 정책을 시행 중이며 전날 오후 6시부터는 글을 한 번 쓸 때마다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지침과 링크가 포함된 글이 게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극우세력이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헌재 자유게시판을 불법 점령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 글 삭제와 관련해 "수사팀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