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메신저 활용 빠르게 진화
“수차례 연락 교환 등 수법 교묘”
北 IT 노동자 인권 침해도 심각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웹사이트 해킹이나 이메일 사칭 수준을 넘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동원되는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북한인권토론회에서 북한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PSCORE)은 최근 북한의 사이버 활동 실태와 인권 침해 영향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탈북민, 인권 활동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피해자, IT 전문가 등 15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2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해커 조직은 페이스북, 링크트인, 엑스(구 트위터) 등의 SNS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이버 공격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연구자, 기자, 구직자 등으로 위장해 인권단체 활동가나 북한 관련 연구자와 신뢰를 형성한 뒤 악성 링크를 포함한 메시지를 보내 클릭을 유도하는 식이다.
카카오톡으로는 해커가 지인 또는 회사 관계자인 척 접근하고, “보안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했다.
PSCORE 남바다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한 번의 이메일로 악성 프로그램을 다운받게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의심이 풀릴 때까지 여러 날에 걸쳐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피싱을 시도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인권 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공격 피해자의 디지털 권리, 이러한 공격에 동원되는 IT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동시에 침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에 참여한 IT 노동자들은 수면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 모든 통신 및 거래 기록의 감시·통제, 외부인 접촉 금지, 최저 수준 임금 등의 문제를 토로했다.
북한은 현재 해외에 IT 노동자를 3000명가량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사이버 공격 대상에는 언론, 정부 기관뿐 아니라 북한 관련 방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비정부기구(NGO)나 북한인권활동가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후자에 속하는 탈북민들의 경우 피해 규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알리기 꺼려해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남 국장은 지적했다.
남 국장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피해 당사자 62%가 높은 수준의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으며 40%는 해킹 피해 이후 가족의 안전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