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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트럼프 리스크에 화들짝…전략무기 확보 경쟁 ‘치열’ [박수찬의 軍]

한동안 서방에서 거론되지 않던 장거리 타격 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와 본토의 전략적 목표물을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 포병 로켓 시스템)와 드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으로 타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따라 수백㎞ 떨어진 적 전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야외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과 폭격기를 보유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면 유사시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표적을 강력한 위력으로 정밀타격하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안보 부담을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자주국방’ 기조가 강화되는 것과 맞물려 전략적 타격 능력에 대한 서방 각국의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장거리 타격력 확충하는 서방

군비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일 정부는 연방군이 보유하고 있는 타우러스(TAURUS) KEPD 350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현대화 작업에 나섰다.

스웨덴 방위산업체 사브는 최근 1억6000만달러(약 2032억원) 규모의 타우러스 미사일 현대화 및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MBDA와 사브의 합작회사인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발주한 이번 계약은 2035년까지 진행되는 것으로서, 수명 주기 유지보수 계획과 시스템 성능 개량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 공군은 유로파이터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스웨덴군도 그리펜 C형 전투기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사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개발 당시 그리펜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쓰이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그리펜의 무장 중 사거리가 가장 긴 것은 RBS 15 대함미사일(최대 사거리 300㎞)에 그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거리 지상 공격력이 중시되면서 스웨덴의 전략적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타우러스 미사일 운용이 추진됐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독일 등에서 쓰이고 있는 정밀유도무기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목할만한 부분은 타우러스 미사일을 탑재한 기종이 구형 버전인 그리펜 C형이라는 점이다.
최신 기종인 그리펜 E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다.

그리펜 E가 공중전에 중심을 둔 전투기라면, 그리펜 C형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운용능력을 지닌 플랫폼으로서 전략적 타격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그리펜은 미국산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미티어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중 첫 손 꼽는 위력을 지닌 타우러스를 함께 운용하는 전투기가 됐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로 적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매우 낮은 고도에서 움직인다.
이중 단계 폭발 시스템을 갖춰 강화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지하 구조물에 깊숙이 침투,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5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서 지하시설을 파괴하며, 적의 전자전 시도를 무력화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어 위성항법체계(GPS)를 겨냥한 전파방해 등을 무력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독일에 타우러스 지원을 요청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쟁 도중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스톰 쉐도,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지원받았던 우크라이나는 본격적으로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공군 타이푼 전투기에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올해 초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미라주 2000-5F 전투기를 제공했다.
미국 F-16처럼 경량 단발 전투기로 만들어진 미라주 2000은 뛰어난 공중전과 운동성능, 추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라팔 전투기가 실전배치됐지만, 그리스와 인도 등에선 미라주 2000을 여전히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미라주 2000-5F는 지상공격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됐다.
오차범위가 1m에 불과할 정도로 명중률이 높은 스칼프는 사거리가 250㎞(수출용 기준, 내수용은 56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전선 후방의 교량과 사령부 등 주요 시설을 파괴했다.

지상에서 전선 너머 적 전략표적을 타격하는 수단도 유럽 각국에서 새롭게 채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세르비아는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스가 만든 펄스(PULS) 다연장로켓 도입을 결정했다.
한국의 천무와 유사한 펄스는 로켓과 미사일을 통해 최대 300㎞ 떨어진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위력을 지녔다.

폴란드는 천무 다연장로켓을 도입했으며, 지난 2022년 하이마스 구매를 결정한 에스토니아도 납기가 지연되자 천무 도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로운 정밀유도무기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독일 MBDA의 경우 새로운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사거리는 500㎞ 정도로 타우러스 미사일과 비슷하다.

다만 수직발사대를 갖춘 군함, 지상의 다연장로켓 발사체계, 항공기 등에도 탑재할 수 있다.
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작동하며, 목표 상공을 배회하면서 타격 기회를 탐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랑스 공군 미라지 2000-5F 전투기가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의존도 높은 유럽, 자체 능력 확보 추진

장거리 타격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유럽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도 있지만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충격도 한몫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지원을 중단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럽 국가들은 유사시 미국산 무기가 정상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산 무기 업데이트와 유지보수 지원이 영향을 받는다면 전쟁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첨단 장비는 제조업체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지원이 중단되면 해당 장비는 사용 불능이 된다.

이스라엘산 펄스(PULS) 다연장로켓.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 군대는 지휘 통신·전자전·탄약 등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공중 감시 능력도 E-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P-8A 해상초계기 등 미국산 비중이 높다.

과거에는 미국의 협조를 믿고 구매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언제든 지원을 중단할 위험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유럽 자체의 방위산업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에 따라 독일 라인메탈,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 유럽 내 핵심 방위산업체들은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병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보병전투체계나 군수품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이 독자적인 능력을 키운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영국·이탈리아가 일본과 함께 6세대 전투기인 템페스트를 개발하고 있고, 프랑스·스페인·독일도 미래항공전투체계(FCAS)라는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발사대에서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외에도 새로운 해상초계기나 정찰기, 전차 등의 개발 계획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드론도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는 7억 유로(1조1000억 원)를 첨단 드론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하는 장비들이 전력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위협이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고, 유럽 안보에서 부담을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졌다.
개발이 완료될때까지 발생한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단기적 차원에선 미국산 무기가 유럽보다 여전히 우세한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의 후속군수지원 체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장비들은 유럽에서 계속 쓰일 수 있다.

폴란드 수출형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에서 전술지대지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유럽 국가들이 방위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고 시간이 지나서 그 성과가 나온다면,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산 무기는 정교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성능을 높이는데, 경제력이 크지 않은 나라에선 이같은 고가의 무기보다는 적당한 성능과 가격을 지닌 무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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