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유대길 기자]
지난 20일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여파로 다음날 주가가 폭락하자,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급하게 '자사주 매입' 카드를 뽑아들며 '책임 경영' 모양새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관 부회장이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부회장이 자사주 30억원 규모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약 4900주다.
이와 함께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9억원(약 1450주), 8억원(약 1350주)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입 금액은 지난해 연봉에 해당한다"며 "다른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지분 매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에 일제히 나선 것은 회사 측이 진행한 초대형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유상증자 시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신주 발행가가 현재 주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유상증자 다음날인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일 대비 13.02% 폭락하며 좋지 못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60만500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전 주가(72만2000원) 대비 낮다.
더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에 현금 여력이 없던 회사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큰 상황이다.
주주들은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10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등에 1조3000억원을 주고 한화오션 지분 7.3%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은 점을 문제삼는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의 지분을 나눠 가졌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한화에너지가 52.1%의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총수 일가의 이득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이 동원됐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오는 2030년까지 8000억유로(약 1270억원)를 투입해 유럽에서 생산된 무기로 재무장에 나서겠다는 '대비태세 2030'을 발표함에 따라, 이에 대응할 현지화를 위한 막대한 실탄이 필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들과의 수주전에서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입이나 채권발행 대신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 중 1조6000억원으로 폴란드·루마니아·호주·미국·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생산거점 확보와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위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추진장약(MCS) 스마트팩토리 설립에 9000억원, 미국의 해양방산·조선 산업기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외 조선소 확보에 8000억원, 무인기 엔진·체계 양산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토대로 10년 뒤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손재일 대표는 "투자 시점을 실기하면 반짝 호황으로 끝나고 도태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중장기적인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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