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의성 고운사 잿더미
미스터션샤인 촬영 만휴정 불타
하회마을 인근까지 불길 ‘비상’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 상향
전국 곳곳에서 중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국가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경남 산청을 기준으로 닷새째 이어지는 산불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경북 의성군은 건조한 날씨와 초속 15m를 넘나드는 강풍 탓에 안동시에 이어 청송·영양·영덕군까지 불이 번져 그야말로 ‘악화 일로’다.
산림청은 25일 오후 4시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경북 북부 지역인 안동을 넘어 결국 청송까지 덮쳤다.
청송군은 이날 오후 5시44분쯤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전 군민은 산불과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길 바란다”고 알렸다.
현재 불은 청송군 파천면을 넘어온 뒤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는 주왕산면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 |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불로 이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인 만휴정 등 문화재와 목조건물이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용담사와 묵계서원도 가까운 곳에 있어 함께 피해를 본 것으로 시는 추정했다.
의성 고운사는 강한 불길에 모두 잿더미가 됐다.
이 사찰은 신라 신문왕 원년인 서기 681년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길은 이날 오후 3시쯤 안동 풍천면까지 확산했다.
산불은 하회마을, 병산서원과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으로 전국의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올린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의성, 안동 등 대형 산불과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화재 피해 우려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 |
화염에 휩싸인 의성군 민가 경북 의성군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25일 의성 단촌면 하화1리 민가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소방청은 이날 의성의 소방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다. 의성=연합뉴스 |
영양군도 이날 오후 6시18분쯤 긴급재난문자로 “현재 석보면 답곡터널 인근에 산불이 발생했다”며 “인근 주민은 군민회관으로 대피하길 바란다”고 알렸다.
영덕군 역시 오후 6시26분쯤 국도 34호선 지품면 황장재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 대피와 통행을 금지했다.
지품면은 영양 석보면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최근 닷새째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 영향 구역은 이날 기준 1만4694㏊로 집계됐다.
밤샘 진화로 경남 김해는 나흘 만에 주불이 잡혔으나 의성과 산청, 울산 울주 등은 강풍의 영향 탓에 산불이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등 진화에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진화된 충북 옥천·영동군 산불도 강풍에 2일 만에 되살아났다가 겨우 주불이 잡혔다.
의성=배소영 기자, 박태해 선임기자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