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사건’ 겪은 한국, 아직 군 복무 불가
‘인권 존중해야 vs 군 조직 혼란’ 찬반 대립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놓고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가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가운데 법원이 이를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희수 하사 사례 이후 이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지만, 현재까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길은 모두 막혀 있는 상황이다.
25일 국방부에 따르면 법적 성별이 여성으로 정정된 트랜스젠더 여성은 군 복무 대상이 아니다.
법적 성별이 남성이지만 성 정체성이 여성인 경우엔 호르몬 치료를 6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받았으면 5급(전시근로역), 그렇지 않으면 4급 판정을 받아 보충역(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후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
입대 신체검사 규정인 ‘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에선 고환 2개가 결손되거나 음경의 2분의 1 이상을 상실한 경우 5급으로 분류하도록 명시돼있다.
현역 복무가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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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복무 금지 반대 시위. AP연합뉴스 |
2017년 단기 복무 부사관으로 임관한 변 하사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육군은 수술 이후 생긴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해 그를 강제 전역시켰다.
변 하사는 육군을 상대로 강제 전역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해 10월 대전지법 행정2부는 변 하사의 손을 들어줬고, 국방부는 지난해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트랜스젠더에게 군 복무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고 있다.
군 당국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성전환자의 군 복무 허용 시나리오를 다각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군 당국의 향후 방침 등을 묻는 말에 국방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며 “연구용역을 좀 더 다각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20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국의 사례처럼 트랜스젠더 군 복무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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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
또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에선 인구 감소로 병력 부족현상이 심화하는 만큼,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군 조직 내 혼란을 우려한다.
숙소나 화장실, 샤워실 등 군 내 생활 여건은 물론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조직 내 편견을 문제로 지적한다.
트랜스젠더 군인이 조직 내에서 따돌림이나 성희롱 등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자가 많지 않아 군 병력 증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편다.
육군 준장 출신의 문성묵 한국국가전력연구원 통일센터장은 “성 소수자의 인권 존중이 중요하지만,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라며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무규정을 좀 더 명확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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