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삼의리서 안타까운 사연
지자체, 뒷북 대피명령·안내 번복
미숙한 대처에 피해 확산 지적도
“우리 이장님 부부 어떡해요. 너무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괴물 산불’의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영양군에서 6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부부가 치솟는 불길 속에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옆 마을에 사는 처남댁을 차에 태운 삼의리 이장 부부는 대형산불 대피장소인 석보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던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같은 날 오후 8시쯤 도로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석보면 관계자는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을 대피시키려고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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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
이들은 전날 오후 9시 대피 도중 산불 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성발 대형 산불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은 그야말로 ‘준전시 상황’이다.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20m가량의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에 힘입어 안동·청송·영양·영덕·봉화·경주 등 경북 6개 시·군으로 세력을 키운 데 이어 포항과 강원 태백, 삼척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시각각 방향을 바꿔 수백m 떨어진 민가까지 위협하는 괴물 산불 여파로 인명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25∼26일 하루 새 경북지역에서만 22명의 인명 피해가 보고됐다.
이번 산불 희생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80대 등 고령층이 다수로 주택과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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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
지자체들은 전날 오후 5시쯤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불길이 빠르게 번진 후였고 어두워진 상황이다 보니 고령자들이 몸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영양군에서 만난 주민은 “전날 15개 안팎의 재난안전문자가 왔는데 ‘피하라’는 말만 늘어놓고 정확한 대피 경로 등의 안내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선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장소를 변경하는 등의 상황도 빚어졌다.
의성·영덕=배소영·이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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