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미국 방문객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던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이 크게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및 합병 위협으로 반미정서가 커지면서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캐나다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관광업계는 유럽연합(EU)·멕시코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통계청은 캐나다 거주자의 지난달 국경통과 횟수가 전년동월대비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항공편을 이용한 미국행 여행 횟수도 전년동월 대비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내 반미정서 확대 속에 미국 방문객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항공데이터 분석기업인 시리움의 집계에서도 캐나다 항공사들의 4~6월 미국행 항공편 예약좌석 수가 올해 1월말 대비 평균 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항공사인 웨스트젯은 "캐나다인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나 카리브해 같은 다른 여행지를 예약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합병 위협에 큰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캐나다 관광객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애리조나주로 가는 여행을 계획했다가 트럼프의 캐나다 합병 발언에 취소했으며 취소 수수료로 500달러(약 73만원)을 지불했다"며 "취소 수수료가 부담됐지만 미국에서 돈을 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캐나다 안에서 여행하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또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에게는 "캐나다 주지사"라고 부르며 "미국 주지사 회의에 오면 환영하겠다"는 모욕적인 언사를 하기도 했다.

미국 관광업계는 캐나다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2020만명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미국여행협회는 캐나다 방문객이 10% 감소할 때마다 여행 관련 소비는 20억달러(약 2조9322억원) 감소하고 일자리는 1만4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관광통계분석업체인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캐나다와 EU, 멕시코,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올해 미국을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수는 전년대비 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캐나다와 유럽 관광객 중 상당수가 이미 중남미 관광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항공사들도 관세전쟁 등 경제 여건 악화와 국내외 여행 수요 둔화를 이유로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고 1분기 주당 손실액을 0.60~0.80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예상치는 0.20~0.24달러였다.
아메리칸항공측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내 발생한 각종 항공사고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여행수요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 중인 공무원 감축정책도 여행수요를 크게 줄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 항공산업 컨퍼런스에서 "미 정부의 국내외 출장은 전체 매출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정부 컨설턴드와 계약직 근로자 출장 등도 2~3% 정도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며 "정부의 재정감축과 공무원 구조조정 여파로 미 정부에서 나오는 매출은 반토막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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