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발생한 미얀마에서 구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제개발처(USAID) 폐지를 추진하고 외국 원조 사업 대부분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29일 미국 CNN 방송을 인용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 분석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USAID 운영자금 중단으로 미국의 대(對)미얀마 원조액은 5200만 달러(760억 원) 삭감됐다.

USAID는 그동안 비정부기구,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 다른 미국 기관에 자금을 주는 형식으로 인도주의 및 개발 원조를 제공해왔다.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간 예산은 40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했다.
CGD 연구원들은 CNN에 "미국 의회에 제공된 중단 사업 목록을 기반으로 원조 삭감액 추정치를 산출했다"면서 "삭감의 진정한 규모와 비교하면 낮춰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USAID 고위공무원으로 재난대응팀과 인도주의 지원을 총괄했던 세라 찰스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AP통신에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원조체계 자체가 "난장판"이 됐다며 붕괴한 건물에서 생존자들을 구출해내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을 취할 사람이나 자원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원조 삭감 탓에 이번 대지진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미얀마 담당 연구원 조 프리먼은 "이번 지진은 미얀마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점에 일어났다"고 CNN에 말했다.
미얀마는 2021년 군사 쿠데타 이래 무장충돌로 300만명 이상의 국내 난민이 발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얀마 인구(약 5400만명)의 3분의 1 이상이 올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원조 삭감에 따른 인도적 지원 공백의 영향이 막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 대지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케어(CARE)의 미얀마 담당 책임자인 아리노 노오르는 지진이 일어난 28일 성명을 발표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얀마는 지진 전에도 인구 중 1990만명이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었다며 "대응에 필요한 자금이 심하게 모자라며, 이미 나빠져 있던 상황이 이번 재해로 더욱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은행(WB)은 쿠데타와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서 인구 약 3분의 1이 빈곤에 시달린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력 수출 산업인 봉제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미얀마는 지난 2021년 쿠데타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다.
빈곤율 32%는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간 수치다.
이런 상황에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가 큰 영향을 미친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정은 반대 세력을 폭력으로 진압했고,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무장 투쟁으로 맞섰다
여러 우려가 나오자 미국 국무부 태미 브루스 대변인은 "USAID는 재난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재난 전문가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원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국무부는 USAID의 남은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는 한편 USAID 사업 중 유지할 것들은 국무부 관할로 이관키로 했다고 USAID 직원들과 의회에 통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과 동시에 미국의 모든 해외 원조를 90일간 동결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주도로 USAID의 업무 대부분을 중단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등 축소 작업을 해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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