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잇달아 보내 합병 의지 노골화
국제사회 이목엔 “신경 안 쓴다” 답변
쇄빙선 강국 핀란드와 협력 강화 추진도
그린란드 간 美 부통령 덴마크 맹비난
덴마크는 “말투 부적절” 불편 드러내
그린란드 방위 협정 논의엔 수용 시사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린란드가 편입 위협에 맞서 새 연립정부를 구성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잇달아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더욱 노골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얻을 것이다.
100% 그렇다”라며 “우리가 무력을 쓰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 |
미군 우주기지 둘러보는 밴스 부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 세번째)과 우샤 밴스 여사(〃 두번째)가 28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의 피투피크 우주 기지를 둘러보며 미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그린란드=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 같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선박들이 그린란드 해역에 떠다니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나 미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린란드는 국제 평화, 국제 안보, 그리고 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밴스 부통령 부부가 그린란드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를 방문해 “덴마크는 그린란드 국민들을 제대로 대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한 직후 나온 것이라고 NBC는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피투피크를 찾아 이같이 언급하면서 “덴마크의 안보 우산 아래 있는 것보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그린란드인들은 스스로 결정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이 미국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투피크는 전 세계에 설치된 미군 기지 중 최북단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 측은 그린란드 최북단 미국 우주기지를 점검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그린란드 편입에 대한 명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라르그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비판은 수용할 수 있으나 솔직히 말투가 달갑지는 않다.
가까운 동맹을 향해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라스무센 장관은 1951년 덴마크와 미국이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언급하면서 “이 협정은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군사 주둔을 더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원하는 것이 그것(군사 주둔 확대)이라면 논의하자”며 “이미 존재하는 협정의 틀 안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린란드 병합 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쇄빙선 확보를 통해 북극 자원 개발 및 전략적 거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쇄빙선 강국’인 핀란드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핀란드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길 고대한다”며 쇄빙선 구매·개발을 협력 사업의 하나로 거론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를 비공식 방문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쇄빙선 확보가 급선무라고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 있다.
전 세계 쇄빙선의 약 80%가 핀란드 기업에 의해 설계되며, 그 가운데 상당량이 핀란드 내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핀란드 양국은 물론 세계에 평화와 국제 안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스투브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말로 ‘미국은 강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는데, 나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