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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르포] '역대 최악 규모' 꽃 피는 4월의 문턱…'잿빛으로 변한 경북'


나흘간의 의성 산불 취재,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의 2배
폭격 맞은 듯 쑥대밭 된 마을...초속 27m 태풍급 바람 막기 힘들어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5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은 가운데 고운사 스님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의성=박헌우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5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은 가운데 고운사 스님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의성=박헌우

역대 최악의 규모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4만 5157㏊가 불에 탔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 3794㏊)의 두 배 수준이다.
역대 최악의 규모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4만 5157㏊가 불에 탔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 3794㏊)의 두 배 수준이다.

[더팩트|경북=박헌우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괴물 산불'이 149시간 만에 꺼졌다.

역대 최악의 규모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30일 기준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지역에서만 불에 탄 산불영향 구역이 4만 5157㏊로 지금까지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 3794㏊)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축구장 크기(0.714ha) 기준 6만 3200여 개, 여의도 면적(290ha)의 156배,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한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신석리 일대의 야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신석리 일대의 야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일대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일대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해 경북 지역에서만 진화 도중 헬기가 추락해 숨진 고 박현우 기장을 포함한 총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주민은 지역별로 영덕 9명, 영양 7명, 안동·청송 각 4명, 의성 1명으로 영덕 지역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농지 558ha, 시설하우스 281동, 축사 51동, 농기계 1369대 등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 국가유산의 피해가 잇따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8일 기준 산불 사태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가 총 2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왕산 국립공원 일대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일대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동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동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의성 산불은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성묘객 A(57)씨가 묘지를 정리하던 중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산불이 나자 직접 신고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의성지역에서 불을 내 인명 피해 및 물질적 피해를 입힌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씨를 30일 불구속입건했다.

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에서 잔불들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에서 잔불들이 확산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의성 산불이 발생한 후 25~28일 의성과 안동, 청송 지역 등을 찾았다. 처음으로 찾은 의성은 매캐한 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야산 곳곳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또 하늘에서는 산불 진압을 위한 소방 헬기 소리로 가득하고 휴대전화는 연신 긴급대피 명령을 알리는 재난 문자 알림음이 울려댔다.

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 곳곳에서 잔불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소방헬기가 연신 물을 퍼 나르고 있다.
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 곳곳에서 잔불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소방헬기가 연신 물을 퍼 나르고 있다.

의성군 단촌면 일대 민가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의성군 단촌면 일대 민가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산불 취재를 위해 찾은 의성군 단촌면의 한 작은 마을에는 소방대원들과 소방헬기가 마을로 밀려 들어오는 불길을 잡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강한 바람 탓에 쉽지 않아 보였다.

이날 의성에서는 초속 27m의 태풍급 바람이 불었다. 취재진이 촬영을 위해 띄운 드론에서도 강풍 경고로 즉시 하강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27일 산림청에서는 의성 산불이 태풍급 바람을 타고 시간당 8.2km의 속도로 안동 부근에서 직선거리로 51km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12시간 만에 이동했다고 밝혔다. 시간당 8.2km는 자동차로 시속 60km를 달리는 정도로 아주 빠른 속도다.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의성군 단촌면 일대 야산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강한 바람은 작은 불길을 순식간에 불기둥으로 치솟게 했다. 그로 인해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 탓에 소방 헬기는 접근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의성과 맞닿은 일직면과 남선면, 임하면 일대는 이미 의성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온 불씨가 산에 옮겨붙어 사방으로 불티가 튀었고, 대낮인데도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여 차량의 라이트와 비상등을 켜고 이동해야 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불길은 더욱 선명해졌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불길은 더욱 선명해졌다.

안동을 가로지르는 35번 국도 옆 야산에 불길이 번지고 있다.
안동을 가로지르는 35번 국도 옆 야산에 불길이 번지고 있다.

밤이 되자 산불의 화선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잦아들 것 같던 바람의 기세는 멈출 줄 모르고 불씨를 이동시켰다.

산림당국은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이날 오후 안동을 지나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과 영양 영덕까지 옮겨붙었다고 밝혔다. 발화 시간은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18시20분께, 영양 석보면 17시 40분, 지품면 오후 6시 40분 등으로 확인됐다.

25일 주왕산 국립공원과 불과 6km가량 떨어진 청송군 청송읍 청운리 일대에 불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주왕산 국립공원과 불과 6km가량 떨어진 청송군 청송읍 청운리 일대에 불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날인 26일, 불길이 지나간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는 전쟁에 폭격이라도 맞은 듯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전날 불길을 피해 대피소로 대피했던 마을 주민들은 폐허가 돼버린 마을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아무것도 못 챙겼는데 이렇게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26일 전날 번진 산불에 경북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의 주택과 차량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26일 전날 번진 산불에 경북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의 주택과 차량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수암리 마을 주민들이 무너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수암리 마을 주민들이 무너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수암리의 바로 아랫마을인 낙평리에는 취재진 조상들이 모셔진 선산이 위치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론을 이용해 확인한 산소는 불에 타 형태만 갖추고 있었다.

부모님과 친인척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전화를 받은 가족은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라며 "잔디는 다시 자란다. 산소가 타버린 건 안타깝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애써 마음을 추스르는 듯 보였다.

취재진의 조상이 모셔진 산소가 불에 타 있다.
취재진의 조상이 모셔진 산소가 불에 타 있다.

전날 번진 불로 천년고찰 고운사도 무너졌다.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本寺)로 경북을 대표하는 주요 사찰 중 하나였다.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가운루와 종각 등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동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번진 산불로 동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불상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불상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의성 고운사 가운루 소실 전 모습. /국가유산청
의성 고운사 가운루 소실 전 모습. /국가유산청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한 불화 대웅보전 석가모니 후불탱화 등 유형문화유산 41점은 이날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농기구가 불에 타 넘어져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농기구가 불에 타 넘어져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산불에 대피하기 전 주민들은 값비싼 농기구와 차량을 지켜내기 위해 넓은 공터나 논·밭 등에 세워놓고 대피했다.
산불에 대피하기 전 주민들은 값비싼 농기구와 차량을 지켜내기 위해 넓은 공터나 논·밭 등에 세워놓고 대피했다.

의성 산불 발생 일주일째, 산불 진화율이 96%를 넘어가던 28일 화마가 지난 곳을 찾았다. 제일 먼저 찾은 안동시 임하면의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마을의 집은 화마에 무너지고 집을 지키던 강아지는 불을 피하지 못해 털이 그슬려 주인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산불로 숙대밭이 된 가운데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산불로 숙대밭이 된 가운데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산불로 숙대밭이 된 가운데 강아지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에 산불로 숙대밭이 된 가운데 강아지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강아지의 털이 불에 그슬려 있다.
강아지의 털이 불에 그슬려 있다.

마을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나오는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고분군과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 휴게소인 점곡 주차장(영덕방향)이 산불에 흔적만 남아 있었다.

삼국시대 6~6세기 시대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윤암리 고분군은 3차례의 발굴 조사 결과 무덤에서 6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의 윤암리 고분군과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 휴게소인 점곡 주차장(영덕방향)이 산불에 흔적만 남아 있다. /의성=박헌우 기자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의 윤암리 고분군과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 휴게소인 점곡 주차장(영덕방향)이 산불에 흔적만 남아 있다. /의성=박헌우 기자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 휴게소인 점곡 주차장(영덕방향) 시설물이 불에 타 있다. /의성=박헌우 기자
의성 산불이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 휴게소인 점곡 주차장(영덕방향) 시설물이 불에 타 있다. /의성=박헌우 기자

안동 길안면의 묵계서원과 만휴정은 소방당국의 빠른 대처로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조선 후기 김계행과 옥고를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묵계서원은 1980년 경북도 민속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80년 경북도 민속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묵계서원이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0년 경북도 민속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묵계서원이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묵계서원이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원 주변이 불에 타 있다.
묵계서원이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원 주변이 불에 타 있다.

묵계서원 앞에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묵계서원 앞에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은 방염포를 덮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만휴정이 방염포로 덮여 있다.
만휴정이 방염포로 덮여 있다.

방염포로 덮인 만휴정 주변이 새까맣게 타 있다.
방염포로 덮인 만휴정 주변이 새까맣게 타 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도 양방향 모두 화마를 피해 가진 못했다. 휴게소의 복구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18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당국은 시설물 안전진단을 통해 임시 화장실과 주차장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가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가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청주방향).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청주방향).

2014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남고택도 화마를 피하지 못해 폐허가 돼버렸다. 사남고택은 청송군 파천면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고가다.

청송군 파천면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사남고택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청송군 파천면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사남고택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사남고택 옆에 세워진 차량이 불에 타 뼈대만 앙상히 남아 있다.
사남고택 옆에 세워진 차량이 불에 타 뼈대만 앙상히 남아 있다.

청송의 대표 관광지 달기약수탕도 화마에 휩쓸렸다. 주변 상가 건물을 비롯해 약수터 10개 중 일부는 완전히 불에 타버렸고 나머지도 그을음이 생기거나 약수탕에 재가 찬 모습을 보였다.

약 130년 전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발견된 달기약수탕은 톡톡 튀는 맛을 내는 탄산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질들이 녹아 있어 예로부터 위장병, 부인병, 안질과 같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탕 인근 상가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았다.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탕 인근 상가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았다.

199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만지송은 밑동과 일부 가지가 훼손됐다. 수령 400년으로 추정되는 만지송은 나무의 가지가 아주 많아 '만지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연기념물 답곡리 만지송의 일부 가지가 불에 타 있다.
천연기념물 답곡리 만지송의 일부 가지가 불에 타 있다.

천연기념물 답곡리 만지송의 주변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연기념물 답곡리 만지송의 주변이 검게 그을려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만지송을 보며 자랐다는 마을 주민은 "나무가 다시 회복해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답곡리 마을 사람들은 만지송을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라고 여겨 왔으며,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이 만지송에 정성스럽게 소원을 빌어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도 있다.

영덕군 영덕읍의 따개비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영덕군 영덕읍의 따개비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영덕의 해안 마을도 삼켜버렸다. 직선거리로 약 75km가량 떨어진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 대부분이 불에 타 잿더미만 남았다.

의성 산불은 영덕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삼켜버렸다.
의성 산불은 영덕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삼켜버렸다.

이 마을은 매년 여름에 물놀이를 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다.
이 마을은 매년 여름에 물놀이를 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다.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영덕군민체육센터는 인근 지역 주민 400여 명이 머물고 있었다. 이재민은 나이 드신 어르신이 대부분이었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임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임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정부 관계자가 이재민의 명단을 조사하고 있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정부 관계자가 이재민의 명단을 조사하고 있다.

이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 박성호 씨(90)는 "불길이 가까워졌으니 잠시 대피하라는 말에 몸만 집에서 빠져나왔다"며 "모든 게 불편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같이 피신한 박 씨의 자녀들은 "잠시 피하면 될 줄 알고 핸드폰과 지갑만 챙겨 나왔다"면서 "사진이나 추억 등 집에서 하나도 건진 것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집이 없어져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민 박성호 씨는
이재민 박성호 씨는 "나름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1개 텐트에 3~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재민들은 1개 텐트에 3~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정부는 대규모 산림 소실과 이재민 발생을 비롯해 산불 피해가 커짐에 따라, 산청군과 울주·의성·하동군에 이어 산불 피해가 심각한 경상북도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는 산불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형산불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민께서도 당분간 건조한 기간이 이어지는 만큼, 산불 예방을 위한 필수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149시간 동안 활활 타오르던 불씨는 잡혔지만,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의 마음속은 아직도 타들어 가고 있다.

비록 현재는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상황이지만, 이때야말로 이재민들의 타들어 가는 마음을 진화하고 꽃이 피도록 정부와 여야의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cjg05023@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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