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맵 규제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도입과 같은 무역장벽을 철폐하겠다는 진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미국 경제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 전문가인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선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특파원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오버비 고문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를 지내며 한·미 경제 협력 강화에 기여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8위 무역적자국으로 이른바 '더티 15(Dirty 15)'에 속해 2일 발표될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미국의 불공정 무역 우려를 해소하려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버비 고문은 전날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연례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장벽 중 하나로 명시된 온플법을 언급하며 "지금 한국 국회에서는 온플법 관련 법안이 19개나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온플법이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와 함께 미국 기업은 규제하면서 중국의 틱톡, 알리익스프레스, 텐센트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USTR 보고서에는 한국의 온플법이 다수 미국 기술 기업과 한국의 2개 기업을 규제하고,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수입차 환경 규제 등 다양한 무역장벽도 열거했다.
오버비 고문은 한국 특유의 '창구 지도'도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거론했다.
그는 "이제 기업들은 미국 상무부, USTR, 의회 의원들을 만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워싱턴 분위기를 전하며 신속한 비관세장벽 철폐를 통해 대미 무역 협상에 앞서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관세 전선'을 전방위로 넓혀 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관세 면제나 예외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향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예외 조치를 얻어내는 유리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오버비 고문은 최근 현대차의 210억달러 신규 대미 투자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 투자를 하는 기업들을 처벌하는 대신 보상해야 한다"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25% 관세는 영구적이고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예외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가 조선, 방산 분야 등 미국과의 산업 협력을 공고히 하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버비 고문은 "미·중 해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조선 역량은 미국에 매우 위협적"이라며 "한국에는 한화오션, 현대중공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있고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안보 동맹이 강하고 산업 협력도 수십 년간 이어져 있어 대부분 국가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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