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부녀(父女)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재심 법정에 당시 검찰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와 위법 수사 의혹에 대해 "역량·소양이 부족했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는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가 8일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75)씨와 딸 B(41)씨의 재심에서 당시 피고인들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 C씨를 증인 신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마신 A씨 아내를 포함해 2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법원은 2022년 이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C씨는 당시 딸의 자백 등을 근거로 "수사를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부녀에게 사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B씨가 성폭행 무고 범행을 수사하던 중 거짓 고소를 한 이유를 추궁하자 '엄마를 죽인 범인이 필요했다'고 자백했다"며 "다만 해당 자백을 후회한 B씨가 이후 신빙성 없는 진술을 이어가 수사가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다만 C씨는 "B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추리로 추궁한 끝에 최초 자백은 받아낸 것은 분명하다"며 "재심 개시 결정 과정에서 변호인의 주장으로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악마화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피고인 측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초기부터 현장검증 때까지 전반에 걸쳐 위법·강압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든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포승줄과 수갑이 채워진 채 수사를 받은 점, 유도신문이 반복된 점, 검찰의 선택적인 피의자 조사과정 녹화, 수사관의 고압적 태도, 피의자 진술 조서의 각종 문제점, 피고인들에 유리한 증거가 제출 누락된 점 등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됐다.
박 변호사는 수사관의 피의자 조사 CCTV 영상을 제시하며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피고인들에 대한 강압적 수사를 입증하려 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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