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전지희(왼쪽)와 신유빈이 메달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9세 소녀가 한국 탁구를 떠받친다.
‘삐약이’ 신유빈(19·대한항공)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AG)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출전 가능한 4종목에 모두 출전해 시상대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동메달 3개에, 마지막으로 빛나는 금메달까지 추가하며 최고의 엔딩을 맞이했다.
◆행운이 깃들었던 AG
탁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5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모두의 바람대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나갔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만14세11개월16일이라는 최연소 기록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도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띠동갑 전지희와 호흡을 맞춰 여자 복식 금메달을 일궜다.
한국의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공을 세웠다.
그렇게 처음 경험한 올림픽은 단식 32강서 도전을 종료했지만, 창창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가파른 성장세였다.
제동이 걸렸다.
올림픽이 끝난 2021년 11월,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를 예상치 못한 오른쪽 손목 피로골절로 기권했다.
탁구채를 잠시 내려뒀다.
지난해 5월 복귀했지만 같은 부상이 재발했다.
결국 손목 뼛조각을 제거하고 핀을 박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 했다.
이게 문제였다.
첫 부상 때 치러진 AG 국가대표 선발전을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삼키던 중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됐다.
안타까운 바이러스 창궐이었지만, 그로 인해 기회를 얻었다.
올해 3월 열린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불행 중 찾아온 행운이 그를 감쌌다.
 | 신유빈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눈물의 패배, 그 끝에 기다린 ‘금빛 미소’
우여곡절 속 항저우에 도착했다.
미사여구가 아닌 진짜 ‘에이스’가 됐다.
단식 세계랭킹 8위, 전지희와 함께한 여자 복식 1위로 자신의 첫 AG를 맞았다.
여자 단체전, 여자 단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 4종목에 출전했다.
출발부터 눈물이 그의 눈가를 적셨다.
25일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1단식, 4단식에 나가 모두 졌다.
팀도 1-3으로 패해 동메달이 확정됐다.
메달 색깔보다 1경기를 맡은 대장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에 동료들을 향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개인 첫 AG 메달 획득이었다.
이후 메달 수확이 계속됐다.
임종훈과 함께한 혼합 복식,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모두 중국에 가로막혔다.
색깔은 중요치 않다지만 신유빈은 3번째 동메달 이후 “메달 색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 한국 탁구 대표팀의 전지희(왼쪽)가 울음을 터뜨리는 신유빈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기어코 성공했다.
전지희와 함께한 여자 복식 32강부터 태국, 북한, 대만, 일본의 복식조를 줄줄이 격파했다.
최종 무대에서 또 북한(차수영-박수경 조)을 만났다.
1990년 베이징 대회(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의 탁구 남북 결승전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긴장을 내려놓고 경기에 집중했다.
한 수 위 실력을 과시해 4-1 완승을 거뒀다.
이번엔 다른 의미의 눈물이 흘렀다.
2002년 부산 대회의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21년 만에 나온 한국 탁구 AG 금메달이었다.
신유빈은 “저는 부상이 있어서 사실 이 자리에 없었던 것이었다"면서 "운 좋게 행운이 찾아왔다.
감사하게 생각했고, 성적도 잘 나왔다.
잊지 못할 첫 아시안게임이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제 한국 탁구는 신유빈의 시대가 됐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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