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똑같이 유격수 자리에 변화를 줬는데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한 팀은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다른 한 팀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한 시즌 운명을 바꿀 결정을 내린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다.
결정은 샌디에이고가 빨랐다.
샌디에이고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첫날인 지난달 16일(한국시간) 마이크 실트 감독의 발표로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를 알렸다.
이로써 샌디에이고는 유격수 김하성, 2루수 젠더 보가츠 체제로 2024시즌을 준비했다.
캠프 첫날 훈련은 물론 애리조나 시범 경기 내내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에서, 보가츠는 2루수 자리에서 훈련하고 실전에 임했다.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에 앞선 평가전도 마찬가지다.
17일 김하성은 한국대표팀과 경기에서 5번 타자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보가츠는 1번 타자 2루수로 출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신속히 변화를 결정하고 준비한 반면 다저스는 서울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큰 결정을 내렸다.
당연할 것 같았던 개빈 럭스가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그리고 럭스 대신 외야수로 골드글러브를 6번이나 수상한 무키 베츠가 유격수를 맡는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9일 베츠가 풀타임 유격수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만 32세의 베테랑이 갑자기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부터 흔치 않다.
베츠가 유격수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츠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부터 유격수보다는 2루수, 2루수보다는 외야수가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격수로서는 부족한 어깨라는 평가였다.
그런데도 베츠는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의 결정을 수용했다.
럭스가 시범경기 내내 송구 불안을 노출한 만큼 새로운 답을 찾기도 어려웠다.
베츠는 현지 언론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것에 대해 “살면서 때때로 힘든 구간과 마주한다.
지금이 그럴지도 모른다.
다 그런 것 아닌가”고 쉽지 않은 도전임을 인정했다.
일단 최선을 다한다.
베츠는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다저스 팀 훈련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비에 임했다.
점점 수비 난도를 높이면서 적응에 애를 썼다.
타격이 뛰어난 베츠가 유격수로서 중간 수준의 수비만 해줘도 이득이라는 게 다저스의 계산. 하지만 베츠까지 흔들리면 모든 게 꼬이는 다저스다.
유격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정된 유격수가 내야진 전체에 안정을 가져온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올시즌 운명도 유격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유격수로서 기량을 증명한 김하성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김하성이 공수에서 활약하고 샌디에이고도 호성적을 거두는 게 현재 설정 가능한 최고 시나리오. 하지만 김하성 활약이 팀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다시 한번 트레이드 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
다저스도 트레이드를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베츠가 유격수 자리에서 무너지면 트레이드 시장을 응시해야 한다.
2년 전 다저스가 샌디에이고 김하성 트레이드 영입을 고려한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다시 흡사한 루머가 나올 수 있다.
어쩌면 1년 후 FA 시장에서 김하성이 다저스의 첫 번째 영입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오는 20일과 21일에 열리는 양 팀의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은 유격수 빅뱅의 본격 시작점이다.
서울시리즈 후 다음 정규시즌 경기까지는 일주일 여유 시간이 있다.
즉 개막 2연전이 이르지만 유격수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될 수 있다.
다저스가 특히 그렇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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