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높은 쪽을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주니까 커브를 많이 사용했다.
”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는 올시즌 KBO리그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프로에 입단한 후 포수로 2차례만 나섰던 KT 강백호가 본격적으로 포수로 뛰고 있다.
프레이밍이 의미 없어졌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구종 구사율도 변화가 크다.
특히 몇몇 선수의 커브 구사율이 높아졌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타석에 서 있던 타자는 물론 던진 투수조차 의아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KIA 베테랑 투수 양현종은 일찌감치 ‘커브’의 중요성을 말해왔는데, 후배 투수 KIA 이의리도 이를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선발등판한 이의리는 5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2실점 호투하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돋보인건 17.3%나 되는 커브 구사율이다.
지난시즌 커브 구사율이 평균 7.8%에 불과했던 이의리는 올시즌 첫 등판이던 두산전에서 21.8%나 커브를 구사했다.
이날도 커브 구사율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백미는 2회말 장성우의 타석 때다.
2사 2루에서 장성우를 상대로 커브만 네 개 던졌는데, 초구와 루킹 삼진을 잡은 4구째 커브가 모두 바깥쪽 상단 모서리에 꽂혔다.
루킹 삼진아웃 콜이 들리자 이의리 본인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양현종은 “ABS에서 중요한 건 홈플레이트(위 가상의 스트라이크존)를 무조건 지나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각이 큰 변화구를 집중해서 던지려 한다.
포수가 낮은 쪽에서 잡은 공도 일단 센서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가 된다”고 했다.
이의리는 “나같이 볼을 날리는 투수들이 ABS에선 좋은 판정을 받지 않을까 싶다.
이전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 공들이 스트라이크가 되고 있다”고 했다.
ABS 체제 하에선 판정 라인에만 공이 들어오면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다.
크게 휘어지는 공이 그동안은 인간 심판의 착시현상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센서만 통과하면 신호가 울린다.
키움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주승우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주승우는 “하이볼을 잡아주는 경우가 많아져서 코치님들이 높게 보고 던지라고 주문하신다.
그래서 하이볼 비중을 높였다.
반대 투구도 원래는 잡아주지 않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 라인만 통과하면 잡아준다”고 전했다.
새로 바뀐 체제에 맞춰 투수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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