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인권과 양심 사이’에서 올림픽 복싱이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2024 파리올림픽 기간 성별 논란에 휘말린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모이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인미디어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칼리프와 린위팅은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면서 “이 여성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여자 66㎏급, 린위팅은 여자 57㎏급에 나서는 복서다.
둘은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출신 우마르 클레믈레프 회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남성)를 지녔다”면서 여자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IOC는 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상대국의 항의가 거셌다.
16강전에서 칼리프를 상대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는 경기 시작 이후 46초 만에 기권했다.
칼리프의 주먹을 맞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칼리프의 8강전 상대였던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는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글러브를 끼고 노려보는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칼리프는 결국 허모리를 5-0 판정승으로 누르고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린위팅을 상대한 시토라 투르디베코바(우즈베키스탄)도 울음을 터뜨리는 등 XY염색체를 지닌 둘의 상대 선수는 직,간접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바흐 위원장까지 나선 IOC의 인권 호소는 언뜻보면 그럴듯하다.
다만 인권은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나 지위다.
이들을 상대하는 선수의 인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투기 종목 특성상 여자 선수가 남성의 신체 조건과 DNA를 지닌 선수를 상대하는 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일부 종목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부에 출전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근력과 힘이 기본을 이루는 투기 종목에서는 더욱더 형평성 논란이 거셀 수밖에 없다.
IOC가 앞서 ‘여권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다소 무책임하다는 비판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복싱인은 “성전환 선수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건 맞지만 스포츠엔 양심도 따른다.
이러면 앞으로 종목이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경계했다.
해리포터를 쓴 영국 작가 조앤 K롤링과 테슬랑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비판 목소리에 가담했다.
K롤링은 “남자 선수를 링에 오르게 해 여자 선수 꿈을 짓밟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고, 머스크도 동의했다.
바흐 위원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의 성별 논란은 IBA와 이들을 주도하는 러시아가 촉진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IOC는 지난해 편파 판정과 승부조작 등 부실을 자초했다며 IBA를 퇴출시켰다.
이번 올림픽 복싱은 IOC가 관리단체처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복싱인은 “IOC가 (성별 논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IBA를 들먹이는 것 같다”면서 논란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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