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뉴진스의 갈등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하이브는 뉴진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인 민희진 전 대표 복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전속계약 해지 소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하이브와 어도어는 지난 14일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뉴진스 멤버 5인이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서를 뉴진스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뉴진스는 “이 서신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이 보낸 내용증명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멤버들의 동의 없이 사용된 사진·영상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발생한 피해 해결책 마련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 해결 ▲뉴진스만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 보장 등이 담겼다.
하이브는 일단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며 뉴진스의 이탈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어도어도 하니의 '무시해' 주장을 신뢰한다는 입장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어도어는 이 글에서 “하니는 5월 27일 빌리프랩의 한 구성원이 하니에 대해 ‘무시해’ 또는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며 “어도어는 당사 아티스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하니가 입은 피해를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빌리프랩 측이 하니의 피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나 뉴진스의 요구 중 가장 핵심 사항인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에 대해선 하이브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전속계약 해지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용증명 최종 결정 시한인 이날 이후 뉴진스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진스의 이탈은 하이브의 재무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이브의 재무제표를 보면 어도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905억원의 매출을 냈다.
BTS가 소속된 레이블 빅히트뮤직(2454억원)이나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2103억원)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지만, 어도어의 매출은 뉴진스 단독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뉴진스가 데뷔 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도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5년간 조단위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이 보장된 유망 아티스트를 잃는다는 것은 하이브에게도 뼈아픈 일이다.
결국, 전속계약 해지 소송의 핵심은 위약금 규모와 하이브의 과실 인정 비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뉴진스가 물어내야할 위약금이 5000~6000억원으로 추정한다.
다만 하이브의 귀책 사유가 인정될 경우엔 그 규모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도어를 떠난 민 전 대표도 뉴진스 지원 사격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5일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와 홍보실장 등 2명에 대해 무상배임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PR(홍보) 조직 소속으로 어도어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며 뉴진스를 홍보해야 할 업무상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그 성과를 축소하는 등 어도어와 뉴진스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 측의 이번 고발은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염두한 조치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가수) 표준전속계약서를 보면 기획업자, 즉 소속사는 '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에 대한 홍보 및 광고를 의무로 규정하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법원에서 뉴진스 측은 소속사가 홍보 및 광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뉴진스도 전속계약 해지 소송에서 이를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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