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페퍼저축은행이 달라졌어요” 13승90패. 여자 프로배구 ‘제7구단’으로 창단해 2021~2022시즌부터 V리그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2023~2024시즌까지 거둔 성적이다. ‘언니구단’들의 높은 벽에 막혀 그간 ‘승점 자판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랬던 페퍼저축은행이 2024~2025시즌 들어 180도 달라졌다. 후반기 첫 2경기를 모두 이겨내며 창단 첫 3연승을 달성하며 14일 기준 8승12패(승점 24)로 5위에 올라있다. 시즌 전 목표로 삼았던 10승은 물론 지금 기세라면 5할 승률(18승18패)을 거두며 ‘봄 배구’ 경쟁도 가능해 보인다. 가장 달라진 면모는 뒷심이다. 선수단 전체가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하다 보니 누적된 패배의식으로 인해 승부처만 되면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어이없는 범실로 점수 차를 지키지 못하고 뒤집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후반기 첫 2경기에선 승부처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9일 IBK기업은행전에선 5세트 12-14로 매치포인트에 몰렸으나 연속 4점을 내며 승리했다. 지난 12일 현대건설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22-2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4점에 성공하며 승점 3을 오롯이 챙길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장소연 감독이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준 결과, 선수단에는 드디어 ‘위닝 멘탈리티’가 자리잡기 시작한 모양새다. 장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두려움 없이 싸우는 동물, 몽구스처럼 한 시즌을 치르자고 했다”면서 “선수들은 몽구스처럼 어려운 순간마다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았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이 과정이 3연승을 일군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선수단 면면도 탄탄해졌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은 바르바라 자비치(크로아티아)를 어깨 부상 및 기량 미달로 2경기 만에 퇴출시켰다. 대체 외인으로 뽑은 테일러 프리카노(미국)도 기량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장 감독은 테일러를 믿고 기다렸고, 테일러는 드디어 V리그 코트에 적응했다. 전위에서는 퀵오픈과 외발 이동 공격을 구사하며 상대 블로커를 혼란시키고, 후위에서도 나쁘지 않은 백어택으로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는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토종 공격수들의 분전도 돋보인다. 지난 12일 현대건설전에서 여자부 역대 두 번째로 6000득점을 돌파한 박정아는 주장 겸 토종 에이스로서 코트 안팎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박정아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 이한비도 공격 종합 10위(36.33%)에 오르며 공격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1순위 장위(중국)도 블로킹과 속공, 이동공격으로 코트 가운데를 든든히 지킨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리베로 한다혜도 리시브 3위(40.55%), 디그 4위(세트당 4.747개), 수비 2위(세트당 6.810개)에 오르며 코트 후방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16일 선두 흥국생명과 홈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유일하게 이겨보지 못한 팀이다. 흥국생명도 잡는다면 창단 후 처음으로 한 시즌에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탈꼴찌를 넘어 순위싸움의 ‘다크호스’로 거듭난 페퍼저축은행의 질주에 여자부 판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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